적반하장 음주운전자 "경찰 때문에 사고"…법원, 엄벌 불가피
2024.12.09 14:44
수정 : 2024.12.09 14: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음주운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를 들이받아 경찰관 2명을 다치게 한 50대 무면허 운전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특수공용물건손상,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1)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8월11일 오후 9시40분께 진안군 마령면 한 도로에서 자신의 차로 경찰차를 들이받아 B경위 등 경찰관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의 카니발 차량을 향해 발견하고 신호봉을 흔들며 정차를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무시하고 중앙선을 넘어 반대차로 달아났다.
곧장 경찰이 순찰차에 올라 도주 차량을 뒤쫓았으나 A씨는 갑자기 차를 틀어 순찰차를 들이받고는 다시 달아났다.
A씨는 이로부터 30여분 뒤 진안읍 한 주차장에서 경찰에 붙잡혔지만, 끝내 음주 측정에는 응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3월 음주운전으로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확정돼 이번 사고 당시에는 운전면허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순찰차를 들이받은 게 아니라, 순찰차가 되레 피고인 차를 충격해 사고가 났다"면서 피고인에게 범행 의도가 없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도주 차량을 추격하는 순찰차에 과실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고의로 사고가 난 만큼 과실 비율이 공소사실 성립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순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바로 뒤에서 자신의 차를 쫓아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라며 "이 상황에서 급격하게 유턴을 시도할 경우 순찰차와 충돌할 수 있다는 사실을 피고인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경찰관의 정당한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하며 시속 100㎞ 이상으로 도주했으므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순찰차를 충격한 이후에도 피해 경찰관들에 대한 구호 조치 없이 계속 달아나다가 막다른 곳에 진입한 뒤에야 정차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