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 정국’에 출렁이는 환율...2년 2개월래 최고치 경신

      2024.12.09 16:08   수정 : 2024.12.09 16: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주간 거래에서도 1440원을 위협하며 변동폭을 키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 이후 촉발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탄핵안 폐기로 확대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환율이 1450원을 넘어 1500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1.9원 오른 1437원(오후 3시 30분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전월보다 6.8원 상승한 1426원에 개장해 지난 2022년 11월 4일(142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서 시작했다. 이어 오전께 장중 1438원을 넘어서며 지난 2022년 10월 25일(1444.2원 이후) 주간 거래 기준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 7일 탄핵 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여파로 ‘계엄 정국’에서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여파다. 지난 3일 밤에도 원·달러 환율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야간 거래에서 1442원까지 급등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의 일일 변동폭은 41.5원으로 코로나 당시였던 지난 2020년 3월 19일(49.9원) 이후 4년 8개월래 최대폭으로 움직였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탄핵안 가결까지 매주 탄핵안 상정을 예고한 야당이 오는 14일 2차 탄핵안 표결을 예고한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외환당국의 개입도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날 NH투자증권은 '한국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 보고서를 통해 "2017년 초 4개월가량 이어진 탄행정국에서 환율과 가장 높은 설명력을 지닌 것은 위안화 환율과 달러 지수"라면서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 가치 급락, 주요국과의 금리, 통화가치 변화를 고려해도 짧게 보면 원화 고유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판단한다"며 환율의 상단을 1450원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1500원을 넘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내년 2·4분기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원·달러 환율이 내년 5월 150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화 약세 이유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1400원대 환율에 대한 정책 당국의 관점 변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헤지 유인 감소 △포트폴리오 유입 약화 및 개인 자산 해외 유출 위험 △한국의 약화된 거시경제 펀더멘털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 등을 꼽았다.

이날 신한투자증권도 '탄핵 정국과 금융시장 영향' 보고서를 통해 대외 건전성 악화 속 주식에 이어 채권시장 내 외국인과 내국인 자금이 모두 이탈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원·달러 환율이 15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환율 상승세에 당국의 개입 경계감은 뚜렷해졌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이날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통해 또한 외화자금시장에는 필요시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적 외환 수급 개선방안도 이달 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탄핵 부결 후 경기 상황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계속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환율 상승세에 대해서도 “보도자료에 나와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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