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하나에 공수처·검·경 '너도나도'… 컨트롤타워 '실종'

      2024.12.09 18:17   수정 : 2024.12.10 21:37기사원문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컨트롤타워가 없어 과열경쟁과 중복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각 기관으로 증거가 쪼개지고 핵심 인물들의 진술이 나눠질 경우 비상계엄 사태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각 기관의 의지와는 별개로 증거능력이나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에 차질을 빚어 수사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을 출국금지했고, 경찰은 긴급체포 가능성을 열어놨으며, 검찰은 전날 내란죄로 이미 입건(혐의 사실이 인정돼 사건 성립)까지 한 상태다.

9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 오후 오동운 공수처장의 지휘를 받고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신청했다.
수사기관 3곳의 출국금지 검토 발언은 있었어도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은 처음이다. 법무부는 곧바로 이를 받아들였다. 공수처는 또 비상계엄 수사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인력 전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수사3부 이대환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공수처 검사 11명과 수사관 36명 등 50여명이 투입된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도 검토 중이다. 다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가 실효성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특수 신분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수사를 피하기 위해 출국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특수단은 현재까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압수수색),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에 대해 긴급출국금지를 조치했다.

특수단은 피의자로 입건된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에 대한 출국금지도 고려하고 있다. 경찰이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이들의 휴대폰은 현재 포렌식이 진행 중이다. 두 청장은 휴대폰 비밀번호도 함께 제출했다.

특수단은 이들을 포함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고발장 5건에 이름을 올린 이들 모두 피의자로 입건했다. 특수단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중심으로 수사관 150여명 규모다.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 대해선 참고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경기 과천의 국군방첩사령부 등을 압수수색했고, 김 전 장관을 재차 불러 조사했다. 특수본은 이르면 이날 중 형법상 내란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를 구속영장 발부 이유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정진팔 합동참모차장(중장), 이상현 1공수여단장(준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다.

이처럼 각 기관의 수사가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고발장이 여러 곳으로 제출된 탓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수사 협조가 이뤄진 사례는 없다. 공수처는 법률에 의거,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검찰과 경찰은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상설특검과 개별 특검까지 함께 진행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과열경쟁, 중복수사의 오작동은 이미 확인되고 있다. 법원은 비상계엄 사건에서 중복수사를 이유로 각 기관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 등을 기각했다. 만약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적법한 절차가 아니라고 판단한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법원이 검찰과 경찰에 수사권 조정을 요청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조치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를 놓고 "비정상적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수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이나 증거능력 문제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사법부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어느 기관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인정할 것인지, 그에 따라 영장을 발부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재판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강명연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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