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예산' 예비비 절반 싹둑… 野감액안 그대로 통과될까

      2024.12.09 18:23   수정 : 2024.12.09 18:30기사원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예산안에서 최소 4조1000억원을 삭감한 감액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예비비의 절반을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기획재정부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위기 비상금' 성격의 예비비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9일 정부에 따르면 민주당은 10일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677조4000억원 중 4조1000억원을 삭감하는 감액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민주당이 가장 크게 삭감한 항목은 예비비로, 정부 예산안 4조8000억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2조4000억원을 줄였다.
예비비는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거나 국회가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하는 예산이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예비비가 약 3조원이었다는 점을 들어 현재의 예비비 규모를 '깜깜이 예산'이라고 규정하며 삭감했다. 특히 2023년에 편성된 예비비 4조6000억원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1조3091억원으로, 집행률이 28.5%에 불과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정부는 예비비가 꼭 필요한 예산이라고 주장한다. 올해 예산 4조2000억원보다 6000억원을 증액한 4조8000억원을 편성하며, 국제정세의 불확실성과 대내외 경제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 중 재해대책과 인건비, 환율변동 대비 등을 위해 사용하는 목적예비비는 4000억원 늘린 2조6000억원으로, 그 외 정부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일반 예비비는 2000억원 증가한 2조2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대선과 같은 국제정세 변화 가능성을 대비해 예비비 증액이 필요하다"며 예비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예비비를 절반으로 삭감할 경우 정부의 대내외 경제 대응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예비비 예산은 최근 3년간 줄었다. 2018~2019년 3조원 수준이던 예비비는 2020년 5조5100억원, 2021년 9조7000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2022년 5조5000억원으로 급감했고 2023년 4조6000억원, 2024년 4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민주당 감액안은 예비비뿐만 아니라 주요 기관의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특수활동비는 82억5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는 506억9100만원, 검찰 특수활동비는 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는 45억원, 특수활동비는 15억원, 경찰 특수활동비는 31억6000만원이 각각 전액 삭감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예산안의 조속한 확정을 강조하고 있다. 여야 논의를 통해 합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정치적 대치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 감액안을 우선 통과시켜 예산안이 연내에 확정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준예산 체제를 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준예산 체제가 시행될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씨티그룹은 민주당 감액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이 0.02%p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준예산 체제가 시행되면 재량지출이 1개월만 삭감돼도 경제성장률이 0.15%p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준예산 체제에서는 의무지출만 가능하며, 내수진작을 위한 재량지출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탄핵을 둘러싸고 현실적으로 여야 논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당안을 우선 통과시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적 위기는 예비비가 아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국가재정법상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며 "현시점에선 예비비 감액보단 추경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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