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직격탄 맞은 해외 사업장...예상치 못한 고환율 비명

      2024.12.10 16:36   수정 : 2024.12.10 16: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해외 사업장을 둔 국내 기업이 유탄을 맞고 있다. 고환율로 기존 해외 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실제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비도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해외 주재원들은 커진 환율 변동성에 고정비는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급등해 어려움을 겪는 데다, 탄핵 부결 등 국내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

■환율로 해외 투자비 급등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10.1원 내린 1426.9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6.8원 상승한 1426원으로 개장해 한때 1438.3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환율 변동성이 심하지만 고환율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비 부담이 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 장비와 설비를 사는 비용이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24조3800억원)를 들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2030년까지 총 450억 달러(64조5200억원)를 투자한다. SK하이닉스도 39억 달러(5조6000억원)를 투입해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투자를 무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신임 한진만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도 전날 사업부 직원들에게 취임 일성으로 미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테일러 공장에 대한 연기설, 속도 조절설 등에 선을 그은 것이다.

■중국, 동남아도 고환율 비상
원·달러 환율은 물론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미국은 물론 중국 주재원까지 예상치 못한 고환율에 울상인 모습이다. 특히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고정비 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던 식료품 가격도 오르는 등 생활비가 급등해 골치다.

중국의 경우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원화로 100만원을 송금받으면 5200위안 정도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4800위안도 안 되는 돈밖에 쥐지 못하는 형편이다. 일부 회사는 원화와 위안화를 특정 비율로 받고 있어 영향이 있다는 반응이다. A씨는 "기업 주재원들은 실질소득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제학교 학비가 늘면서 자녀와 아내를 귀국시키고 혼자 기러기 아빠로 지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계엄 사태 당일인 지난 3일 위안당 194.21원이었던 환율은 9일 197.04원까지 오르면서 최근 1년 새 최고치를 찍었다. 현찰을 살 때의 환율은 206.89원으로 이미 200원을 돌파했다.

현지에 거주 중인 주재원들은 '정치 리스크'로 2008년의 악몽이 재현될지 우려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원화 가치 급락으로 환율이 1위안당 200원을 돌파하면서 현지 교민들과 주재원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기업 해외 주재원들은 국내 계엄·탄핵 정국 상황이 실시간으로 해당 국가에 지속적으로 송출되며 설명에 진땀을 빼고 있다. 국내 한 기업 일본 주재원은 "탄핵 부결로 동료들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이 많다고 오해하는 상황"이라고 난처해했다.
한 중국 주재원은 "현지 협력사들이 민주주의에 관해 묻는다"며 "동료들이 이런 말을 걸어올 때마다 참담하다"고 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김준석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