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4대 천왕' 얀 르쿤 "실질적 AI 혁명 아직...기술 발전 위해 협력해야"
2024.12.11 13:07
수정 : 2024.12.11 13: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오늘날 인공지능(AI) 등 과학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실질적은 AI 혁명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 5년, 10년 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세계적 인공지능 석학인 얀 르쿤 뉴욕대 교수는 11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2024 K-사이언스 & 테크놀로지 글로벌 포럼’ 기조연설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은 현실 세상의 복잡성을 다 반영하지 못한다.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실 세상 복잡성, AI 이해 못해...많은 연구 필요"
AI 분야에서 '세계 4대 석학'으로 꼽히는 르쿤 교수는 메타 AI 수석과학자이자 한국과 미국이 공동 출범한 'AI 프론티어랩'의 공동수장이기도 하다. 영상 데이터 처리 성능을 새롭게 정의한 합성곱 신경망(CNN)을 개발했고, 2018년에는 요수아 벤지오, 제프리 힌턴과 함께 튜링상을 수상했다. 튜링상은 컴퓨터과학 부문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르쿤 교수는 현재 AI나 로봇 등의 첨단 기술 수준을 "10살 아이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조차 못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의 LLM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시도 쓴다지만, 마치 자동차를 사용하듯 쉬운 AI는 아직 없다. 실제 생활 속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로봇이나 AI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학계 연구가 이어져야 하고, 산업 부문에서도 기초 연구나 응용 연구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쿤 교수는 AI가 실제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신생아가 마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지식을 축적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기술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LLM은 2조개의 토큰(단어 데이터)을 학습했지만, 4살짜리 아이가 살면서 학습한 정보는 100조개에 달한다고 한다.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복잡한 계힉을 실천에 옮길 수 있다"라며 "앞으로 AI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관찰을 통해 축적되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마치 아이들과 같이 세상을 배워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현재 진행 중인 '제파' 모델을 소개했다. 그는 "텍스트로 학습하는 LLM과 달리, 동영상을 기반으로 세상의 추상적인 개념을 학습하고 추론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며 "한국 학계에서도 유사한 아키텍처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글로벌 프론티어 랩'을 통해 함께 합력할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르쿤 교수는 특히 AI 발전을 위해서는 오픈소스 플랫폼을 통해 인류의 지식이 통합적으로 축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에만 방언이 7000개고 베트남도 여러 개의 로컬 언어를 가지고 있다. 미국 서부의 한 지역에서 만들어낸 데이터로 축적된 수준으로는 인류 전체가 누릴 수 있는 AI를 만들 수 없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지식과 문화를 모두 축적하고, 보편적인 가치 체계를 통합한 AI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바람은 공공,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 업체, 메타와 같은 거대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협력해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규제를 통해서 오픈소스 막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韓, 협력으로 과학기술 글로벌 허브될 것"
이날 포럼의 또다른 기조연설자인 양자컴퓨터 신진연구자인 채은미 고려대 교수는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통한 청년 과학자의 성장'을 주제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채 교수는 "다른 문화권의 아이디어 교류는 과학 기술 전반에 큰 부흥을 일으킨다고 본다"라며 " 사람을 성장하는 일, 아이디어를 교류하거나 자원 장비를 개발하고 공유하는 일, 이 모든 측면에서 국제 협력은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73개 국가 및 4개 국제기구의 주한외교관 108명을 비롯해 정부 인사, 국제공동연구 참여연구자 등 총 200여명이 참석했다. 첨단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효과적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위해 정부, 외교관, 연구자 등 참여주체 간 소통의 시간을 갖기 위해 이번 포럼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선 구혁채 과기정통부 기획조정실장이 과학기술 국제협력의 중장기 추진방향인 '과학기술외교 이니셔티브'도 공개했다. 구혁채 실장은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민·관이 협력해 총력 추진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으며, 이를 위해 협력 생태계, 협력 채널, 협력 성과 등 분야별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발표내용을 바탕으로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세부 방안을 마련하여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오늘날 유례없던 과학기술 혁신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AI, 바이오, 양자 기술과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경제, 외교, 안보의 지형이 완전히 뒤바뀌고 인류의 삶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오늘 포럼은 이러한 변화 속에 과학기술 국제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 장관은 "오늘날 과학기술은 국가와 지역을 넘어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류 공통의 언어가 됐다. 이런 포럼을 통해 한국은 과학기술 국제협력의 정책 방향, 사례, 성과를 공유하고 귀중한 의견을 듣고자 한다"며 "대한민국은 세계 각국과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과학기술 글로벌 허브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