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계엄이냐" 美 부글부글…"尹 그러든 말든" 中 여유, 왜?

      2024.12.12 11:36   수정 : 2024.12.12 13:45기사원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1.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동맹'인 미국은 우려와 불만이 섞인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반면 이번 정부 들어 비교적 관계가 소원했던 중국은 '여유로운' 태도로 상황을 관망하는 듯하다.



미국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사전에 관련 내용을 통지받지 못한 것에 대해 우리 측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미국과 상의 없이 자의적으로 군을 움직인 것이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쿠데타·군사 반란의 전형적인 형태인 데다, 핵심 부대가 총동원됐다는 점에서 대북 대비태세에 큰 구멍을 내는 조치라는 판단에서다.

'굳건한 한미동맹 강화·발전'을 기치로 한미일 3각 밀착을 강화한 윤 대통령이지만, 이번 조치로 미국의 신뢰는 완전히 떨어졌다는 평가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한 뒤 발생한 외교적 소통의 일시적 단절은 미국의 우려를 대변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국가안보실 등에 '긴급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골드버그 대사 입장에서는 '동맹국'으로부터 상황을 판단할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북한의 침공, 한국의 군사 반란 등을 상정한 '최대의 혼란'에 대응해야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11일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잘못된 정세 판단으로 해서 미국을 미스리드(잘못된 정보로 혼란스럽게)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지만 미국은 이미 계엄 사태 직후 윤 대통령이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d)"을 했다는 입장을 정리한 뒤였다.

조 장관은 지난 5일과 8일 골드버그 대사를 만나 소통하며 미국에 현재의 상황을 수시로 설명하는 등 '달래기 외교'에 나섰다. 현재 한미 간 소통은 원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사후 소통이지만 주한 대사의 카운터파트보다 급이 높은 외교부 장관이 직접 대사를 만나 소통하면서 미국이 많이 누그러진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미동맹의 이상 없음을 확인하는 차원의 소통은 오는 14일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달리 중국 측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정에 논평하지 않겠다"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중국 외교는 표면적으로 '타국의 내정엔 간섭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데, 일단 이 원칙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한미, 한미일 결속이 느슨해진 현 상황이 중국에 있어서는 꽃놀이패를 쥘 수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한중관계 개선에 나서며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까지 의제가 된 상황에서 한국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외교 구도가 펼쳐질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중국은 일단 한국의 정권 안정화 과정을 지켜본 뒤, 이미 의제가 된 내년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시 주석의 방한 문제를 카드로 내세워 한국을 '당기는' 외교를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중국의 올해 대(對)한국 스탠스는 개선에 무게가 실려있다"라며 "당장 결론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충분히 관망하며 계산법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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