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發 해외여행 급감?...과거 사례 살펴보니 '오히려 늘었다'

      2024.12.15 12:55   수정 : 2024.12.15 12: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탄핵 정국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며 해외여행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과거 사례로 살펴보면 오히려 여행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안보다는 경제적 요인이 여행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15일 파이낸셜뉴스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통계를 분석한 결과 과거 두 차례의 탄핵 정국 속에서 오히려 여행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혼란으로 환율이 급등하며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와 정반대의 결과다.

실제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서도 외국인 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3월 12일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됐고, 5월 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했다.

탄핵 정국이 시작된 2004년 3월 평균 환율은 1166.3원이었으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4월에는 1150.8원, 5월에는 1177.3원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해외관광객 수는 △3월 58만7629명 △4월 64만2413명 △5월 68만185명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월 44만8940명 △4월 45만2725명 △5월 47만5937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됐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파면됐다.

탄핵 정국이 시작된 2016년 10월 원·달러 환율 평균은 1125.2원이었지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2월에는 1182.2원까지 치솟았고 2017년 1월에는 1185.1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점차 안정세를 되찾았다.

하지만 이 시기 해외 여행객 수는 2016년 △10월 186만6000명 △11월 182만6000명 △12월 200만7000명으로 증가했으며, 2017년에도 해외여행객 수는 △1월 234만3000명 △2월 223만1000명 △3월 194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4.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방한 외래관광객 수도 증가세를 보였다. 2017년 △1월 122만1000명 △2월 125만2000명 △3월 123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여행 수요의 장기적 변화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탄핵 정국이 해외여행 수요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며 "아웃바운드 여행객은 국내 상황에 익숙해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도 여행 계획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도 항공산업은 외국인 인바운드(자국민의 해외여행) 수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며, 아웃바운드(외국인의 국내 방문) 역시 2019년 노재팬 운동을 제외하면 정치적 이벤트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탄핵 정국은 계엄 논란 등 군사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외국인 방한 관광객에게는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미국, 영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을 여행 위험 국가로 지정하며 경보를 발령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관광산업은 회복 탄력성이 높은 특성을 지니고 있어, 현재 상황이 안정되면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이 안전한 여행지라는 인식을 강화한다면 인바운드 수요 역시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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