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매출 20배… 해외시장 진출 위해 부산서 창업 택해"

      2024.12.12 19:31   수정 : 2024.12.12 19:31기사원문

"스타트업은 국내 시장만 바라보고 경영을 하면 이젠 메리트가 없다. 창업 후 유니콘이 되려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필수다. 해외 사업을 하려면 또 세계적인 허브 항만과 공항이 필요하다.

이런 조건을 놓고 봤을 때 부산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데 서울보다 더 좋은 환경이라 판단했다. 국내 시장을 타겟으로 뒀다면 서울에서 시작했겠지만,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생존할 수 있다고 봤다.
"

부산지역 기업 두번째 예비유니콘이 된 슬래시비슬래시(SLBS) 정용채 대표는 '왜 부산에서 사업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SLBS는 지난 2020년 7월 창업한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연동 액세서리 제조업체로 부산에서 시작한 지역 향토 스타트업이다. 첫해 매출 10여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30여억원, 2022년 108여억원, 지난해 214여억원으로 매년 급성장 중이다. 특히 2022년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된지 2년 만에 올 상반기 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예비유니콘으로 최종 선정되는 등 유망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출액 또한 대폭 늘어나며 해외에 SLBS 콘텐츠 수요를 늘리고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본격적으로 해외 개척에 나선 2022년 수출액은 6만 달러(한화 8580여만원)에 불과했으나 1년 만에 480만 달러(한화 68억 6400여만원)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11월 기준으로 800만 달러(한화 114억 4000여만원)를 돌파했다.


정 대표는 "SLBS의 사업 아이템은 단순한 스마트폰 액세서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NFC 기술을 접목해 폰 케이스를 끼우면 핸드폰 바탕화면부터 아이콘까지 케이스에 그려진 콘텐츠와 관련된 디자인 테마가 적용되는 '테크웨어' 아이템이다. 일종의 '나만의 스마트폰 디자인'을 가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자사 기술을 소개하며 제품 사용 방법을 시연했다. NFC는 교통카드, 자판기 등에도 쓰이는 기술로 1㎝ 미만 거리에서 통신을 한다. 때문에 케이스를 끼우면 각종 콘텐츠들이 자동으로 적용되며 케이스를 벗기면 기존 설정으로 돌아간다.

SLBS가 현재까지 확보한 세계 유명 지식재산권(IP) 콘텐츠 라이센스는 150개가 넘는다. 디즈니부터 시작해 포켓몬, 유니버셜을 비롯해 BTS 등 유명 케이(K)팝 아이돌 스타들의 콘텐츠도 정식 서비스해 국내외 한류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SLBS의 주요 글로벌 진출 성공 요인으로도 꼽힌다. 한류 아이돌 그룹부터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등 왕성한 IP 콘텐츠 라이센스 취득에 따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팬덤층을 확보했다.

서울 태생인 그가 왜 부산에서 창업을 시작했는지도 궁금했다. 정 대표는 "안 그래도 만나는 분들이 왜 사업을 부산에서 시작했냐고 많이 물어본다. 그때마다 저는 부산이 여러모로 창업하고 비즈니스하기에 더 유리한 조건이라 말한다"며 "정책상 비수도권 창업기업에 법인세 감면제가 있고, 시와 부산테크노파크, 부산중소벤처기업청 등에서 다양한 인건비 지원 사업이 있었던 점도 좋았다"라고 답했다.

이어 "저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글로벌 확장이었다. 한국 내수만 놓고 보면 당연히 서울에서 사업하는 게 더 좋았겠지만 세계 시장을 바라보면 부산이 더 유리했다"며 "해외진출 시, 공공 지원정책도 부산이 더 나았으며 해외 전시회 참여 기회도 더 많았다. 특히 부산은 국내 수출 물동량이 가장 많은 도시다. 수출 허브로 삼기에 너무 좋은 조건이었다"라고 덧붙였다.

SLBS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정 대표는 "지금은 모바일 IP 라이센스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SLBS가 IP 자체 콘텐츠를 생산해 선보이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다양한 기술뿐 아니라 자체 콘텐츠까지 현재 개발 중으로, 기존 라이센스와 적절히 활용할 계획"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이런 SLBS의 콘텐츠를 활용한 박물관 등 IP 체험 요소가 있는 브랜드관도 설립할 계획이다. 오는 2026년에는 대규모 콘텐츠 페어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에 8년간 근무하며 삼성 스마트폰을 설계해온 인물이다. 갤럭시 S 시리즈의 운영체제를 설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슬래시비슬래시를 테크웨어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키워가고 있다.
수출 전진기지로 부산을 본사로 두며 서울 사무소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등 세계 12곳에 매장과 법인을 세워 경영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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