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 드세요" 연이은 집회에 자원봉사, 무료 음식 나눠주는 시민들
2024.12.13 19:59
수정 : 2024.12.13 19:59기사원문
13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 국회대로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A씨는 이같이 말했다. 본지 기자가 만난 A씨는 형광색의 조끼를 입은 패 푸른색 경광봉을 들고 국회의사당역 출입구 앞에서 행인들을 통행로로 안내하고 있었다. A씨는 "나의 짧은 수고로움이 안전한 집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다"며 "서로 돕고 사는 세상 아니겠냐"고 말했다.
■"탄핵까지 츄러스 무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의사당 앞 국회대로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집회 참석자들은 무료 음식을 나누거나 자원봉사에 나서는 등 자정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여의도 인근에서는 집회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다른 시민들을 돕고 있었다. 사단법인 겨레하나는 집회장 인근에 푸드트럭을 주차해 시민들에게 물어묵과 초콜릿 등을 나눠주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겨레하나 담당자는 "시민들과 '연대'하고자 이같은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에 있는 단체 회원분들이 보낸 후원금으로 집회 참석자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있다"며 "회원들의 후원금이 역사를 바뀌는 데 사용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강찬희씨(40대)는 자신의 푸드트럭을 몰고 와 츄러스와 커피를 무료 나눔하고 있었다. 그는 익명의 후원자들이 재료비를 십시일반해준 덕에 이같은 선행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여는 행사들이 사라져 푸드트럭을 놀려야 하는 상황이다"며 "놀 바에 집회장 인근에서 푸드트럭으로 장사를 할 생각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에 광고 글을 올렸는데, 익명의 후원자들이 돈을 보내며 무료 나눔을 하길 요청했다"며 자신이 무료 나눔에 동참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기업들도 이날 집회 참석자들에게 물품 등을 기부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현대카드는 국회대로변 자사 건물의 화장실을 개방했다. 또 '시위도 밥 먹고'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집회장 인근 카페와 음식점에 식대를 선결제해 집회 참석자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사례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무료 나눔을 받는 집회 참석자들은 무료 나눔의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무료 나눔하는 어묵을 받아 든 이모씨(65)는 날씨가 추워 손과 발 등이 얼어붙었는데, 어묵 한 그릇을 받으니 추위가 가신 느낌"이라며 "이렇게 받기만 하면 안 될 것 같다. 다음에는 내가 후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최모씨(30대)는 "이렇게 받는 사랑을 언젠가 갚을 날이 있지 않겠냐"며 "아직 세상이 따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탄핵 투표 하루 남기고 시민 몰려
이날 집회는 여타 평일 대비 많은 인원이 여의도를 찾았다. 이날 집회 참석 인원은 집회 측 추산 15만명이다. 국회대로는 공식 행사가 시작되는 오후 6시 이전부터 남단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지난 12일 오전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보고 탄핵을 향한 자신들의 마음을 더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항섭(60대)는 "어제 윤 대통령의 담화문은 순전히 남 탓밖에 없었다. 초등학생의 반성문도 이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이제는 정말 안 되겠다' 싶어서 오늘부터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박모씨(26)은 "어제 윤 대통령의 담화문을 보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국민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며 "현실 감각이 저렇게 없는 사람이 대통령직에 계속 앉아 있으면 비상계엄령 선포보다 더 큰 일을 벌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2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구속으로 국회의 탄핵 가결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모씨(60대)는 "이번 탄핵 국면에서 할 말을 하면서 시원하게 정국을 이끌어가는 조 대표가 구속돼 탄핵의 동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라며 "내일 국민의 힘에서 10명에 가까운 '반란표'가 나와야 하는 것으로 아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