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을 알게 된 경우 및 그 대처법
2024.12.14 13:04
수정 : 2024.12.14 13: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가사단독 재판부, 가사비송단독 재판부, 가사신청단독 재판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및 가사신청합의 재판부에서 재판장 및 배석판사로 근무하면서,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신청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가사항고 재판부 및 가사항소 재판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이혼 사건을 처리한 바 있으며 현재도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많은 이혼 소송을 수임하여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재판 경험에 더하여 최근 변호사로서의 경험도 점점 쌓여가는바 오늘은 이혼 사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정행위, 즉 ‘불륜’을 발견하는 과정 및 그 대처법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불륜을 알게 되는 경우
먼저 배우자의 불륜을 발견했을 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큰 충격을 받을 것이고, 그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도 느끼게 될 것이다.
절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먼저 그동안의 부부관계를 찬찬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배우자의 불륜이 일시적인 것인지, 배우자가 나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단순히 쾌락을 위해 불륜을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정말 상간자와 사랑에 빠진 것인지, 배우자의 불륜을 알고도 계속 배우자를 사랑하거나 사랑이 없더라도 그와 계속 같이 살 수 있을 것인지 등 여러 조건 및 상황들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볼 시간을 먼저 가져야 하고, 그 시간 동안은 불륜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배우자에게 티를 내선 안된다. 왜냐하면 앞서 다른 칼럼에서 밝혔듯이 요즘에는 불륜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기가 매우 어려워졌고, 내가 불륜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배우자가 알게 되면 증거 수집이 거의 불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있다면 더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어느 심리학 교수가 얘기하길 부모의 이혼 과정은 일부 아이들에게 전쟁을 직접 겪은 군인이 받는 트라우마와 같은 정도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준다고 한다. 따라서 자녀가 있다면 이혼으로 인하여 자신이 얻을 이익과 자녀가 겪어야만 하는 불이익을 비교 형량해야 한다. 오래전에는 이혼을 하게 되면 ‘가문에 먹칠을 한다’는 등 이혼 자체가 나쁜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으나 요즘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결혼도 선택이고 이혼도 선택의 문제지, 이혼 자체가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일은 절대 아니다.
이혼을 결심한 경우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된 후 이혼을 결심하였다면 본격적으로 이혼 소송을 위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많은 의뢰인들이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배우자의 차량이나 사무실 등에 도청장치를 설치한다거나 배우자 핸드폰 비번을 몰래 풀어 스파이앱을 설치한다거나, 배우자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달아놓는다거나 흥신소를 고용하여 배우자를 미행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이러한 행위들은 위법한 것이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게 고생해서 수집한 증거가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쓰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륜을 알게 되었더라도 배우자로 하여금 이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방심하게 하여 불륜 자국을 남기게 해야 한다. 대체로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매우 조심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대담해지는 경향이 있다.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며 계속 예의주시하다면 보면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할 때가 많을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 배우자 차량을 살펴보다가 불륜 상대방의 머리카락이나 음모, 귀고리 등 장신구, 모텔 영수증 같은 것이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간혹 영악한 배우자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불륜을 용서해 주는 경우도 본다. ‘내가 제 정신이 아니었다’며 눈물을 보이며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후회하는 것 같아 배우자의 불륜을 용서하고 이혼 소송을 취하해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 다시 사건을 의뢰하는 분들도 있다. 예로부터 ‘한번도 바람을 안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바람피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여러 사건들을 겪어본 결과 꼭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주의할 점은 불륜을 용서해 준 후에는 그 불륜을 원인으로 해서 이혼 소송 제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자의 불륜으로 인하여 그 사람에게 정이 떨어졌고 이미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다면 용서해 주기보다는 위자료라도 많이 받아서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는 편이 훨씬 낫다. 최근에는 불륜 배우자나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가 증액되는 추세이다.
이혼하지 않기로 결심한 경우
배우자의 불륜을 발견하고 그 또는 그녀에게서 마음이 떠났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배우자의 불륜을 발견하고도 여전히 그 불륜 배우자를 사랑한다거나 자녀들을 위해서 참고 살기로 결심하면 훨씬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부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 배우자의 불륜을 발견한 후 “원래도 마음에 안들었는데 이참에 유책 사유 잡아냈으니 ‘운명이다’ 생각하고 이혼하자“고 결심하는 경우가 가장 불편하지 않은 경우이다. 불륜을 발견한 사람들은 그 배우자를 사랑했던 만큼 더 고통받을 것이다. 사실 앞서 얘기했듯이 불륜을 저지른 사람은 다시 불륜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은 데다가 각종 유혹이 도사리고 있는데 한번 그 유혹에 넘어간 사람은 다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 또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를 사랑하고 그 또는 그녀를 놓치기 싫어서 이혼하지 않기로 결심한 경우라면 매우 힘들겠지만 가급적 불륜 얘기는 서로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 불륜을 발견했던 사람은 그 얘기를 꺼냄으로써 그 고통스러운 순간이나 분노가 다시 떠오를 테고 불륜을 저질렀던 배우자도 결코 그 얘기를 다시 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어야 한다. 불륜을 저질렀던 사람 역시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므로 ‘본인을 사랑하는 배우자를 두고 그러한 비윤리적인 행동에 이르렀던 마음의 구조’에 대해 탐색하고 치유할 필요가 있다. 불륜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은 사람은 그 고통을 경감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서라도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받을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사람 일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불륜을 용서하더라도 가급적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로부터 각서 등을 징구할 필요는 있다. 오래전에는 ‘부부간의 계약취소권’이 있어서 혼인기간 중 부부간의 계약은 언제나 일방이 취소할 수 있었는데 현재는 그 규정이 삭제되어 혼인기간 중 부부간의 계약도 원칙적으로는 유효하다. ‘사전 재산분할약정’에 해당하는 경우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겠지만 다른 법 규정과 충돌하지 않고 상당성을 인정할 만한 약정은 효력이 인정될 것이다. 설령 재산분할약정에 해당되어 효력이 부인되더라도 향후 재산분할심판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는 될 수 있다. 그리고 배우자와 불륜을 저지른 상간자로부터도 확실한 약속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나의 배우자와 다시 연락하거나 만날 경우 얼마의 금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 등이다. 이러한 약정은 약정금으로 효력을 가지므로 추후 조건 성취 시 소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며
수많은 사건을 처리하며 보게 된 진실이 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것과 마음이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륜을 발견하고 사건을 의뢰하는 당사자들에게 배우자를 용서하라고 권하기가 쉽지 않다. 오래전 담당했던 사건 중에 바람난 부인이 오히려 먼저 남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다. 그녀가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가출했기에 남편이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법정이었고 유일한 시간은 변론시간이었다. 재판 당시 법정에는 그들의 두 아들들도 나와 있었다. 재판 내내 그녀는 남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고 남편은 재판 내내 그녀만 쳐다보았다. 재판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창문 너머로 그 남편과 교복을 입은 두 아들이 모두 꽃다발을 들고 그녀를 졸졸 쫓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법원을 떠나갔다.
중간에 임지가 바뀌어 그 사건의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였기에 기각 판결이 나왔을 것이다. ‘이혼 청구가 기각되더라도 그 가족은 다시 화목하게 살 수 없지 않을까?’ 그 당시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람은 잘 변하지 않고 마음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