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압력 강화·中 반도체 위협... 과거 탄핵 때보다 대외여건 나빠"
2024.12.15 18:33
수정 : 2024.12.15 18:33기사원문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및 대응방향'에 따르면 과거 두 차례의 탄핵 사태와 2024년 탄핵 사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외 여건이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2004년)에는 중국의 고성장 덕분에 상반기 중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성장세가 확대됐다. 하반기에는 대외수요 둔화 및 정보기술(IT) 경기 하강 등으로 수출 증가율이 낮아졌음에도 국회 탄핵안 가결이 있었던 2004년 1·4분기 성장률(5.7%)과 헌법재판소 기각부터 4개 분기 성장률 평균(4.6%)의 차이는 미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절차가 시작된 2016년에는 반도체 경기 호조 등이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이에 국회 탄핵안이 가결된 2016년 4·4분기 성장률은 2.8%였으나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온 2017년 1·4~4·4분기 평균 성장률은 3.5%로 오히려 올라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 고율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커진다. 중국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등 주요 산업 전반에서 전방위적으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한은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0.2%p 하향 조정하며 잠재성장률만큼의 성장도 힘들 것으로 내다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국내 요인보다는 대외 요인이 더 많은 불확실성을 주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가능성과 중국의 경쟁력 심화가 문제"라고 짚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난 3일 1442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지난 7일 이후 5거래일 동안 모두 장중 1430원대를 돌파했다.
외환당국은 향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 "금주 말 정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비하고 변동성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추가 시장안정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은도 이날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당국의 개입에 탄핵 이슈로 인한 환율상승은 단기적일 수 있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 국내 경기 하방 압력 등에 환율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