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피' 쏟아지는 지방, 입주절벽 가속… 내년이 더 걱정

      2024.12.16 18:53   수정 : 2024.12.16 18:53기사원문
#1. "전세금으로 신축 아파트 잔금 치러도 부족한데 방법이 있을까요?" 최근 신축 아파트 청약에 성공한 A씨는 입주를 1년 앞두고 잔금을 치를 전략을 세우기 위해 부동산 카페에 문의글을 올렸다. 자금 여력이 넉넉지 않아 우선 전세로 집을 내놓고 전세금으로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는데도 1억원 가까이 더 필요한 것이다.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입주를 포기해야 할 수 있다.



#2. 청약 받은 아파트의 입주지정 기간이 시작됐지만 B씨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 최근 전세대출 제한으로 수요가 없는 영향을 받은 것이다.
B씨는 입주지정 기간이 끝나면 미납한 잔금에 대한 이자를 내야 하는데 이를 감안하고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게 나을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월세 세입자라도 구해봐야 하는 건지 고민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씨와 B씨처럼 입주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대출 등 자금마련이나 세입자 확보와 같은 거래절벽에 따른 우려다. 실제 입주율도 줄어 최근 10명 중 3명은 입주를 하지 못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11월 주택산업연구원의 전국 아파트 입주율을 보면 69%에 불과하다. 이는 전달인 10월 67.4%보다는 증가한 것이지만 9월 69.4%보다는 소폭 축소된 규모다.

특히 '마이너스피'가 연이어 발생하는 등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지방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난달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입주율은 66.2%였다. 12월 입주전망지수 역시 광역시와 도지역에서 모두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전국 입주물량 28만9000여가구 중 절반이 넘는 14만5000여가구가 지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는 더 커진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방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고 수요가 부족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며 "거래가 활발하지 않으니까 기존 주택이 매각이 안 되면 잔금이 마련되지 않아 물량 소화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경우 세종과 부산을 빼고는 대부분 지역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본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고, 집값과 전세가격은 하락한 대구 등 지방 도시들의 입주난이 예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부동산 가격은 인근 신축 위주로 형성되는데 기존 지방에 남아 있던 신축 아파트가 싼 값에 나오면 주변 재고 가격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돈이 더 들어가는데 입주 지연을 걱정해 공급자가 완공 등을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데다 잔금 대출이 어려워지면 입주가 더 지연될 수 있다"고 봤다.

지방 뿐만 아니라 서울 역시 장기적으로 입주절벽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목소리다.
김호철 단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은 꾸준히 주택 수요 많은데 내년 입주물량인 4만8000가구 정도로는 충분하다고 보여지지 않는다"며 "정비사업 활성화해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입주가 원활하게 이뤄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를 공급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입주 후 미분양"이라며 "보통 아파트를 분양하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빼고 입주할 때 내는 돈이 전체의 30% 정도라 건설사에는 큰 잔금이 남아있는 셈인데다 분양 당시 계약률이 낮았다면 안 팔리고 남아 있는 집들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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