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열차, 4대개혁 STOP?
2024.12.17 18:13
수정 : 2024.12.17 18:29기사원문
윤석열 대통령은 이른바 연금개혁, 교육개혁, 노동개혁, 의료개혁 등 4대 개혁과제를 추진해 왔다. 일반적 정책과 구분하여 개혁(reform)이라 하는 이유는 정책 방향과 방안에 대하여 여야 간, 노사 간의 생각이 다르고 심지어는 개혁 자체를 국민이 꺼릴 수도 있어 국민 합의 도출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강한 추진 의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개혁과제가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으므로 현재와 같은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서는 개혁 지연이 더욱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4대 개혁은 유사 이래 최고의 번영을 구가해 왔던 '대한민국호'가 저출산·고령화·저성장의 거대한 장벽을 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연금개혁 없이는 노후소득 보장이 지속가능하지 않고, 교육개혁 없이는 글로벌 인재 육성에 한계가 있고, 노동개혁 없이는 노사 화합에 기초한 기업경쟁력 확보가 어렵고, 의료개혁 없이는 저비용·고효율의 건강보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 이같이 4대 개혁은 당위성을 가지고 있지만 신속성이 요구된다. 똑딱똑딱 가고 있는 인구시계는 멈출 수 없고, 앞서가는 선진국을 따라잡고 뒤따르는 개발도상국을 뿌리치기 위해서 4대 개혁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 시한은 길어야 180일이므로 6개월 정도 지체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인용이든 기각이든 그것이 중단된 개혁을 바로 다시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인용된다면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하고, 새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기각되면 현 대통령과 거대 야당의 대치 국면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고, 임기 말까지 진흙탕 싸움으로 개혁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역발상 해보면 현시점이 오히려 개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기일 수 있다.
그렇다고 중차대한 4대 개혁을 겉핥기로 대충 끝내자는 것이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4대 개혁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쌍방이 전부냐, 제로냐(All or Nothing)의 입장에서 싸우기만 했기 때문이다. 이해가 상충되는 정책에서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양보와 타협의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 협의에 참여한 누구나 상대 전략에 대해 최선의 전략을 구사하려고 할 때, 일방적 승리만을 목표로 해서는 합의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협의라면 쌍방이 모두 조금씩 양보하면서 균형점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탄핵 환경이 대통령제 국가에서 여소야대인 상황으로 벌어진 극한 대립을 상호 공존을 위한 양보와 타협의 정치로 전환할 수 있는 틈새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4대 개혁의 극적 합의도 가능하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끝내는 개혁도 좋겠으나, 합의 가능한 것부터 우선 개혁하고 단계적으로 공동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지혜로운 접근 방법이다. 최우선 과제는 의정갈등 해소이고, 당장 여야 합의 가능한 것은 연금개혁이다. 교육개혁은 여야 의견 차가 없는 유보통합부터 가능하고, 노동개혁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편과 정년 조정의 맞교환이 필요하다.
여야가 당리당략에 치중하여 상대방에 대한 부정과 공격에 매달린다면 4대 개혁은 물론이고 당면한 민생 현안조차도 풀어내지 못할 것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공정과 정의, 상생과 협력의 정신으로 국정 운영에 협력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희망의 정치를 온 국민이 고대하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