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돋질산에 뱀이 돌아온다.. 생태축 복원에 정부 70억원 투입

      2024.12.18 14:05   수정 : 2024.12.18 16: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돋질산 아래에 이병철 회장이 비료 공장을 짓는데 터 닦기 작업을 하던 불도저가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를 그대로 치어 두 동강을 냈어, 그 후 얼마 못 가 불도저 기사가 갑자기 죽고 사카린 밀수 사건까지 터졌지, 돋질산 위에 짓던 이 회장의 별장도 그대로 공사가 중단됐어."
이 이야기는 울산 삼산동 옛 주민들 사이에 지금도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돋질산 별장(영빈관 용도)은 완공되지 못한 채 1966년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 이후 35년 넘게 공사가 중단됐다가 지난 2001년 5월 철거되었다.



지난 8월 울산역사연구소 출간한 ‘삼산동·황성동, 모임과 흩어짐 1995’라는 책에 관련 구술 기록이 생생히 적혀 있다. 연구소 측은 "이무기 전설과 회사 내 사정이라는 이야기가 쌍곡선을 이루며 마을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라고 설명을 달았다.


이야기의 배경인 돋질산은 태화강역 뒤 삼산·여천 쓰레기매립장과 여천배수장 건너에 있는 해발 89.2m의 낮은 산이다.

지대가 낮은 태화강 하구와 바다 사이 경계 지점에 솟아 있다 보니 정상에 올라서면 울산 시가지는 물론, 울산항과 울산석유화학공단이 한 눈에 들어온다. 당시 삼성이 세웠던 한국비료 공장도 전체가 조망되는 곳이다.


옛 삼산동 주민들에 따르면 돋질산은 돼지머리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산세가 수려하고 맑은 물과 따뜻한 물이 솟는 샘이 있었다. 주민들은 이를 약물탕이라고 불렀다. 때잔디가 많아 봄철 지역민들의 나들이 장소로 인기도 많았지만 이와 함께 특히 뱀이 많은 곳으로도 유명했다.

이런 돋질산은 사카린 밀수 사건 이후 사실상 접근이 금지됐다. 공단 조성 후 공해로 인해 주민들이 대거 이주했고 오랫동안 자연 생태축도 단절됐다. 돋질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몇 해 전 만들어졌지만 쓰레기매립장과 배수장 시설로 인해 여전히 인적이 드물다. 현재는 롯데정밀화학 소유의 사유지이다.

다행히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한 울산시가 삼산·여천 쓰레기매립장을 박람회 장소로 선정하면서 환경부가 70억원을 들여 돋질산까지 포함하는 도시생태축 복원사업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18일 울산시는 "환경부 공모사업인 ‘2025년 도시생태축 복원사업’을 통해 그동안 방치된 쓰레기 매립장과 돋질산의 파편화된 생태계를 복원한다"라고 밝혔다.

도시생태축 복원사업은 단절되거나 훼손된 생태축을 복원해 생태계의 연속성을 회복하고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번 사업은 내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3년간 추진된다. 삼산·여천매립장과 돋질산 일원 25만 416㎡ 부지에 수생태축와 녹지축을 구축해 도심 내 단절된 생태축을 연결하고 탄소중립숲, 생태습지, 생태탐방로를 만들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공모사업 추진으로 이 지역 내 생물 다양성이 증진되고 최상의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이는 환경친화적인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큰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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