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못 버텨 임의경매 속출… 강남3구 고가 매물도 쏟아져

      2024.12.18 18:02   수정 : 2024.12.18 18:02기사원문
대출 이자를 감당 못해 임의경매로 나온 부동산이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경매로 나오는 매물 상당수가 불황으로 한계에 부딪힌 자영업자와 주택담보대출을 최대로 받았던 '영끌족' 부동산으로 추정된다. 대출규제에 정국불안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경매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의경매 11년 만에 최대

18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임의경매가 결정된 부동산은 12만970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채무를 임의로 이행하지 않아 근저당권, 저당권 등을 가진 채권자가 담보권을 행사해 이뤄지는 경매를 말한다. 2022년 6만5586건이었던 임의경매 부동산은 지난해 10만5614건으로 61% 급증했는데 올해는 이미 지난해 연간 신청건수보다도 2만4089건 늘었다.

임의경매가 늘어난 것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된 가운데 대출규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이나 이자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막다른길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영끌족들의 매물이 유입된 것으로 관측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간 100만원 이상 소득을 내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7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며 "경제가 어려우니 장사가 안되고 부동산 시장도 어려워지고 그러면 당연히 경매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았다가 고금리를 버티지 못한 영끌족의 부동산도 경매로 나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권 교수는 "가계부채가 많다는 이유로 정부가 대출을 막은 데다 내년 상반기 탄핵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계속돼 내년 2·4분기까지는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거래가 안되면서 쌓인 매물이 경매로 더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3구 고가 매물 '호황'

특히 서울에서는 부동산 시장을 이끄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경매 거래가 늘면서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임의경매로 인한 매각 신청 부동산 현황'을 보면 올해 강남구에서 109건, 서초구 93건, 송파구 125건이 손바뀜했다. 지난해에는 강남구 74건, 서초구 79건, 송파구 38건이었다.

강남3구에서는 최초 감정가를 웃도는 낙찰이 이어져 왔다. 대출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피해 전월세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1월 강남구 평균 낙찰가율은 107.5%, 서초구는 107.3%, 송파구는 101.3%로 각각 나타났다. 유찰이 이어진 강북권에 비해 강남권에서는 100% 이상 고가낙찰이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전체 경매 낙찰가율 상승을 견인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중 최고가를 기록한 10건 중 6건도 강남권에서 거래됐다. 서초구 신반포2차 아파트에서 나온 물건이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는데 각각 148%, 146%의 낙찰가율을 보였다.

17일 기준 대법원 법원경매정보에도 19일 경매를 개시하는 강남구 압구정현대아파트 전용 118㎡가 다수 관심매물 3위에 올랐다.
감정가는 47억5000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지난해 7월에도 같은 아파트 동에서 매물이 나와 10명이 응찰하면서 55억28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 44억3000만원 대비 124.8%의 낙찰가율을 보인 것과 올해 강남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100% 이상 가격에 낙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경매에 나온 강남권 아파트 낙찰가는 이후 매매차익을 고려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며 "결국 강남권 아파트가 높은 가격을 견인하고 강북은 유찰, 외곽지역의 매물은 쌓이면서 경매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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