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은 내일도 안녕할까
2024.12.18 18:08
수정 : 2024.12.18 18:08기사원문
이런 생각은 행동을 바꾼다. 평소 조심하던 상황에 덜 조심하는 등 냈던 보험료를 돌려받겠다면서 스스로 부주의한 행동을 한다. 부주의는 사고·손실·질병 등을 늘려 보험사의 손해와 보험료 인상이라는 악순환을 부른다.
이를 '도덕적 해이'라고 한다. 보험업계에서 처음 쓰였던 용어로 지금은 경제학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널리 쓰인다. 우리 사회에서 도덕적 해이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특히 도드라진 부문은 실손보험이다. 구체적인 통계를 나열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경험해 볼 수 있다.
환절기인 요즘, 감기에 걸리면 병원을 찾기 마련이다. 간단한 진료 이후 처방전을 받으려고 하는 순간 병원에서 권유가 들어온다. '비타민 주사'를 맞으라는 얘기다. 물론 "비용은 실손보험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은근한 조언이 뒤따른다.
한방병원에서도 실손보험을 청구할 수 있는 도수치료를 처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방병원에서 의대를 갓 졸업한 의사나 은퇴 이후 취업이 어려운 고령 의사를 '협진의사'로 고용해 처방하는 형태다. 도수치료 처방은 '의사'만 가능하다는 의료법을 우회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이 팔릴수록 보험사의 적자가 쌓이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비급여 자기부담금을 높인 4세대 실손보험마저 올해 손해율이 130.6%로 급등했다. 이대로 두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던 실손보험은 사라진다. 실제 실손보험을 다루던 생명보험사 상당수가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판매를 포기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실손보험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지연되면서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개혁이 지연되면 사회적 비용은 갈수록 커지고, 결국에는 실손보험이 사라질 수도 있다.
도덕적 해이와 무관한 선량한 소비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과 탄핵 후폭풍으로 대부분의 정부 정책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실손보험은 휩쓸리지 않았으면 한다.
codd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