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뱀띠 새해 특별전...'천 개의 얼굴' 뱀의 매력 선보이다
2024.12.19 14:21
수정 : 2024.12.19 14: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스멀스멀 기어가며 독을 품고 날름거리는 혀. 그 특유의 생김새로 인해 뱀을 마주한 인간은 두려움을 느꼈다. 특히 치명적인 독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뱀을 신성한 존재로 여겨왔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내년 을사년 뱀의 해를 맞아 '천 개의 얼굴'을 가진 뱀을 조명한 특별전 '만사형통'(萬巳亨通) 전(展)을 내년 3월 3일까지 선보인다. 뱀과 관련한 생활용품, 의례 용품, 그림 등 60여 점을 한데 모은 전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 2002년부터 매년 띠 전시를 마련해 십이지 동물과 관련한 국내 민속을 소개해왔다. 이번 을사년 뱀띠 해 특별전에서는 세계 민속으로 범위를 확장해 뱀과 관련된 문화와 상징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수집한 뱀 관련 세계민속 자료를 최초로 공개한다. 다양한 문화권의 뱀과 관련한 문화적 상징성을 엿볼 수 있다.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아프리카 바가족의 신줏단지, 스리랑카 지역의 뱀이 조각된 가면, 멕시코 아즈텍 문명의 캘린더 스톤 등 각국의 뱀 관련 민속 유물이 관람객과 만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했다. 1부 '총명한 뱀'에서는 십이지신 중 하나인 뱀이 갖는 문화적 의미를 소개한다. 뱀의 모습을 담은 그림, 우표, 공예품에서 지혜를 상징했던 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십이지 개념은 민간에 퍼지며 시간과 방위를 나타내는 일상용품에 활용됐다. 남남동쪽을 가리키며 오전 9~11시를 가리켰던 뱀은 해시계, 나침반, 생활용품에 담겼다.
대표작 '저승 세계를 관장하는 10대왕'은 저승 세계에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을 그린 불화로 죄인들이 심판 후 지옥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묘사했다. 변성대왕의 지옥 장면에 독사(毒巳)지옥을 그렸다. 이 시왕도는 현세의 생활에 충실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2부 '두려운 뱀'에서는 뱀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뱀을 피하고자 했던 인간의 지혜를 조명한다. 뱀은 어리석은 인간을 경고하거나 벌을 주는 존재였다.
'시왕도(十王圖)', '게발도(揭鉢圖)' 같은 그림에서는 뱀에게 심판받는 인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향으로 뱀을 쫓았던 옛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향갑 노리개', 불을 붙여 뱀을 쫓았던 '미심' 등의 생활용품에서는 뱀을 피하려 한 선조의 지혜가 엿보인다.
'향갑 노리개'는 여성들이 몸을 치장할 때 한복 저고리의 고름이나 치마 허리에 착용하던 장신구다. 향료를 금속이나 옥을 투각해 만든 작은 주머니에 사향(麝香)을 담아 뱀을 쫓고 응급 시 구급약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3부 '신성한 뱀'에서는 뱀을 신성한 존재로 숭배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땅속과 땅 위를 오가는 뱀의 모습을 보며 인간은 뱀이 이승과 저승의 서로 다른 두 세상을 오가는 신비로운 존재라 생각했다.
샤먼이 의례에 사용했던 숟가락, 북 손잡이, 지팡이 등에는 뱀이 조각돼 있다.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고, 한 번에 여러 개의 알을 낳는 뱀은 생명력과 풍요로움을 상징했다.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에 사용했던 가면, 공예품 등에서 신비로운 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대표작 스리랑카 '마하 코라 가면'은 산니댄스 악마의 춤에서 사용되며, 18가지 병의 악마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마하 코라는 병으로 인한 희생자를 손에 들고 있으며, 가면에 조각된 뱀을 비롯해 악성 전염병의 악마들을 제관이 달래고 물리치는 과정이 담긴 치료 의식에 사용된다. 이 의식은 지역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화하는 의미를 담는다.
전시 말미에는 운세 체험 키오스크를 운영해 을사년 뱀띠 해의 운세를 점칠 수 있다. 체험 후 관람객들은 운세 결과가 담긴 뱀띠 해 부적을 가져갈 수 있다.
국립민속만물관 측은 "징그럽고, 무섭고, 두려운 존재이면서도 신성한 존재인 뱀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양하게 풀어낸 자리"라며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아프리카 바가족, 멕시코 아스테카 문명 등 각국의 뱀 관련 민속 유물을 보면서 문화적 상징성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