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 찍듯 바로 문제 파악”···기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만드는 법

      2024.12.19 16:27   수정 : 2024.12.19 17: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리가 엑스레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을 찍는 이유는 뭘까. 나도 모르는 내 몸 안 문제를 눈으로 보고 싶어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단순히 매출을 키우는 일보다 리스크 최소화가 성장에 있어서 핵심 요소로 자리 매김했고, 기업 입장에선 질병이 악화돼 나중에 손쓸 수 없는 상황을 가장 꺼려할 수밖에 없다.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 셀로니스가 이 구상에서 착안해 채택한 개념이 ‘프로세스 마이닝’, 그로부터 탄생한 제품이 ‘프로세스 인텔리전스’다. 기업 자체적으로 속속들이 알 수 없는 사내 체계를 미세하게 훑어 구조화해주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기업은 비효율성과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바스티 노미네처 셀로니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19일 파이낸셜뉴스에 “기업 조직에서 각각 분리돼있는 프로세스(업무 절차)를 통합하고, 문제점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처음 세상에 나온 ‘프로세스 인텔리전스’는 앞서 2000년 학계에서 등장한 ‘프로세스 마이닝’이라는 개념을 노미네처 CEO가 공동 창립자들과 함께 실제 기술로서 구현한 플랫폼이다. 이후 인공지능(AI) 등이 적용되며 지속적인 고도화가 진행된 끝에 지난해 11월 ‘프로세스 인텔리전스 그래프’라는 결과물이 나왔다.

부서 간 ‘사일로(Silo)’, 즉 기업 내 부서 간 방벽을 해체하는 작업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기존 기업 시스템은 가령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영역에 있는 데이터들이 구분돼있어 별도로 관리됨으로써 교류가 원활하지 않지만, ‘프로세스 인텔리전스’가 설치되면 이 같은 정보들이 통합화 과정을 거친다. 이는 마인드맵 형태로 시각화돼 어느 지점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는지 집어낼 수 있게 한다.

전현재 셀로니스 한국 지사장은 “직원이 회사 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하는 등 업무를 하게 되면 ‘로그(기록)’가 남는다”며 “흩어져있는 이런 정보를 연결함으로써 한 눈에 볼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게 핵심으로, 시각화도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셀로니스는 지난 3월 지사를 설립해 국내 파트너사인 삼정KPMG와 손잡고 한국 진출을 시작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론 1500여개 고객 개선 사례를 확보하고 있다. BMW, 우버, 월마트 등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가 함께 유치한 국내 첫 고객은 삼성화재다. 전 지사장은 “삼성화재 자동차 보험 클레임 및 보상 업무에 셀로니스를 적용하고 장기보상 영역까지 확장해 전사적으로 상시 프로세스 개선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고 짚었다. 이외 셀로니스는 삼성생명, 녹십자, DL이앤씨 등과도 기술검증(PoC) 완료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업권 상관없이 ‘프로세스’를 갖춘 기업이라면 프로세스 인텔리전스를 도입할 수 있다. 다만 업종별로 적용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땐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I)’ 역량을 갖추고 있는 컨설팅사가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삼성화재를 고객으로 유치할 때도 삼정KPMG가 필요했던 이유다.

박상원 삼정KPMG 컨설팅부문 대표는 “과거엔 기업 컨설팅 때 일일이 구조와 프로세스를 뜯어보면서 개선 방향을 조언해줬다면 이젠 셀로니스 시스템을 통해 즉시 문제 지점을 파악할 수 있다”며 “여기에 컨설팅 전문성을 더해 개선 방향을 짚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컨설턴트의 전문성과 융합돼야 비로소 최적의 기업 효율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뜻으로, 박 대표는 이를 ‘No AI without PI’라는 구호로 정리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 대표는 “자동차 보험을 예로 들면, A고객과 B고객이 비슷한 사고를 내고 다른 정비소를 갔는데 정비까지 각각 하루, 열흘이 걸린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며 “이런 기록이 통합돼있지 않을 땐 개별적으로 처리되고 끝나기 때문에 후자 같은 비효율을 그대로 방치해왔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프로세스 인텔리전스로 이 지점을 바로 잡아낼 수 있고 도입한 보험사는 비효율성을 최대로 낮출 수 있는 것”이라며 “내부통제 영역에서도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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