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년만에 1450원 돌파… 금융시장 '퍼펙트스톰'
2024.12.19 18:27
수정 : 2024.12.19 18:27기사원문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4원 오른 달러당 1451.9원(주간거래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450원대를 웃돈 채 마감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막바지였던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환율 불안에 주식시장도 휘청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95% 하락한 2435.93에, 코스닥지수는 1.89% 떨어진 684.36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343억원, 504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금융시장이 출렁인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8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p 내렸으나 내년 금리인하 횟수를 4회에서 2회로 줄이고, 인하 폭도 기존 100bp(1bp=0.01%p)에서 50bp로 축소한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높다"면서 "조심스러운 정책금리 결정이 필요한, 적절하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파월의 발언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연중 최고치(108)를 돌파했다.
외환당국이 변동성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강도 높은 시장안정화 메시지를 내놓았으나 강달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도한 변동성에는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정부와 한국은행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계약 기한을 내년 말로 1년 연장하고, 한도를 기존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증액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1450원)을 뚫은 만큼 단기적으로 1500원선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등 국내외 투자자의 한국시장 이탈을 부추길 요소가 더해지고 있어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위기 때 환율 고점은 1440원 안팎이었으나 현재 환율이 이를 넘어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한 만큼 환율 상단은 열려 있다"며 "트럼프 취임이 예정된 내년 1월을 전후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김규성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