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유입 늘려라"...은행 ‘선물환포지션’ 한도 50% 상향
2024.12.20 13:47
수정 : 2024.12.20 14: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16년 만에 1450원선을 돌파하면서 정부가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50% 확대하고 원화용도 외화 대출 규제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는 과거 원화가치 급등을 우려해 외환 유입을 엄격히 제한했던 기존 정책 기조를 전환해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은 20일 김범석 기재부 1차관 주재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컨퍼런스콜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외환수급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를 상회하고 순대외 금융 자산이 1조 달러에 이르는 만큼 대외안전판이 구축돼 있다고 진단했다.
11월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4억 달러 수준으로 1996년 외환위기 이전인 332억 달러보다 10배 이상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 호조세와 국내 정치적 불안이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1450원을 넘어서자 긴급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조치는 외환 유입을 엄격히 제한해 온 정책 기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 3일 계엄 이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과 외평채 가산금리가 34.4bp(1bp=0.01%포인트)와 18bp에서 최근 각각 36.3bp와 22bp로 뛰는 등 외화조달 비용이 상승했다.
우선 정부는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향후 외환 거래를 위해 확보하는 외화 한도인 선물환포지션 한도는 상향한다. 국내은행의 경우 50%에서 75%로, 외국은행 지점은 250%에서 375%로 올린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지난 2010년 10월 급격한 자본 유입과 단기 차입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 비율을 확대하면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을 좀 더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외화 대출 규제도 완화한다.
한은의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세칙에 따르면 지금까지 원화 용도의 외화대출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했고 중소·중견기업의 국내 시설자금에만 일부 허용해왔다. 다만 대외 건전성을 고려해 대·중소·중견기업의 시설 자금에 대한 외화 대출을 허용하고 환리스크 부담이 낮은 수출기업에 제한해 추진할 계획이다.
외국환은행 거주자들이 원화로 환전해 사용하는 외화 대출에 대한 제한도 완화한다. 원화로 환전하는 외화 대출이 늘어날 경우 원화 수요가 증가해 원화 가치가 급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내년 1월 중 외국환 거래업무 취급세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달러 외 통화 경제 여건도 구축하기로 했다. 달러 환전 없이 상대국 통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현지 통화 직거래 체제(LCT)도 확대한다.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대금을 지급할 때 무증빙 한도를 상향하고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교역국과 LCT 추가 체결도 검토할 계획이다. 위기 상황을 가정해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부족액을 평가하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유동성 확충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규제도 내년 6월까지 유예된다.
외환당국 간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한도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확대하고 만기를 2025년 말까지 연장하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됐다.
국내기관이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때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하는 등 편의도 개선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의 시행 효과, 외환시장 여건 등을 살펴 가면서 단계적으로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