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타는 '내란특검'… 성과낼 시간 빠듯한 공수처
2024.12.22 18:41
수정 : 2024.12.22 20:59기사원문
야당이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향해 오는 24일까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범의 공포를 촉구하면서 수사기관들이 그간 어떤 성과를 거뒀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검이 출범하면 경찰과 검찰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수사 자료를 모두 넘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실상 남은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수사 능력 등에서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尹대통령만 빼고 저마다 '성과'
22일 경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 사흘 뒤인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를 구성했다. 검찰 특수본은 8년 만이다. 이후 한차례 증원을 거쳐 검사 25명 등 총 78명 규모로 특수본을 운영하고 있다.
특수본은 지금까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줄줄이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 김영호 통일부장관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재구성하고 있다.
경찰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심으로 특별수사단을 꾸렸다. 여기에 서울청 광역수사단, 서울청 수사부장 등이 합류시키며 150명 규모로 확대했다. 특수단은 경찰 서열 1·2위인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을 구속 수감하면서 '강도 높은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11일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만든 뒤에서는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긴급 체포했고 노 전 사령관을 구속했다. 이들이 비상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도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정보사 소속 대령 2명과 계엄을 사전 모의한 정황을 확인한 것도 공조본의 성과다.
공수처는 검사 8명과 수사관 20명으로 '비상계엄 수사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검찰과 경찰보다는 시작이 상대적으로 느렸다. 대신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에 사건의 이첩을 요청했다. 공수처법 24조가 근거였다.
검찰과 경찰이 이첩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 들어가고, 수사 기둥을 쌓는 사이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하면서 곧바로 사건의 '정점'을 겨냥했다. 공조본 체계 이후엔 윤 대통령,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사건을 검찰과 경찰로부터 넘겨받았다.
■핵심 못풀고 특검가면 조직 '흔들'
그러나 이들 수사기관들은 모두 공통적인 장애물 앞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경찰과 검찰은 윤 대통령이 소환 조사를 거부하면서 체포영장 청구나 긴급체포 요건의 법률적 검토만 만지작거리다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도 지금까지 별다른 묘책을 꺼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의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 이후 김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도 난항이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지목된 군 수뇌부가 잇따라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속내도 읽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은 윤 대통령 수사권을 공수처로 보낸 뒤에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검 출범 이전에 성과가 중요한 것은 '12·3 사태'에서 세 기관이 모두 자유롭지 못해서다. 경찰은 조 청장과 김 서울경찰청장이 구속됐고, 검찰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는 리스크가 있다. 또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에 검찰총장까지 지낸 '검찰 식구'다. 공수처는 그동안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불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만약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특검으로 사건을 넘길 경우 수사 능력에 대한 비판과 제 식구 감싸기 의혹 등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검찰은 수사권을 놓고 여전히 다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직의 사활이 걸린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공수처도 아무것도 한 것 없이 특검에 사건을 이첩하면 또다시 공수처 무용론을 마주해야 한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강명연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