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HBM 춘추전국시대'… 美·中 거센 도전장에 K메모리 먹구름 우려
2024.12.22 19:15
수정 : 2024.12.22 21:07기사원문
■HBM4 주도권 놓고 '춘추전국시대'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독점하다시피 한 HBM 구도에 마이크론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실적발표에서 6세대 HBM 제품인 HBM4의 대량생산을 2026년부터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HBM4 경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HBM4 제품은 이전 세대와 달리 D램뿐만 아니라 로직, 즉 시스템 반도체가 탑재돼 수준 높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능력이 필수적이다. HBM 1위 기업인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와 동맹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역량을 모두 갖춘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장점을 살려 HBM4부터는 승기를 잡아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마이크론이 HBM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진 않지만 국내 기업, 특히 삼성전자는 상당히 경계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내년에는 마이크론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메모리사도 복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제재가 거세지면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의 HBM 수요가 높아져 자국산 HBM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성웨이쉬도 화웨이의 투자 속에 화웨이향 HBM 생산에 뛰어들었다. CXMT도 빠른 속도로 HBM 기술격차를 좁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신 D램'은 中의 턱밑 추격
국내 기업들이 기술적 우위를 지니고 있는 HBM과 달리 최신 D램은 거의 중국 기업에 따라잡힌 상황이다.
최근 중국의 온라인 쇼핑 가격비교 사이트에는 '중국 국내 생산'을 내세운 32GB DDR5 제품이 올라와 업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그간 CXMT가 DDR4까지 개발·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온 국내 업계는 충격적이란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비롯한 첨단장비가 반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DDR5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면서도 "사실이라면 중국과 우리의 격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연말 D램 가격이 CXMT를 비롯한 중국 레거시(범용) 메모리의 저가 물량공세로 큰 폭으로 하락 중인데 최신 규격 제품까지 CXMT가 양산하게 되면 그야말로 '치킨게임'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