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기업 "1450원 감당도 벅찬데… 대출마저 줄어들라"
2024.12.22 19:18
수정 : 2024.12.22 19:18기사원문
치솟는 환율에 대출만기 연장으로 급한 불은 끈 중소기업들은 금융기관이 연체율 관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금융회사와 중소기업·소상공인 상생을 위한 예외적인 조치에도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비명이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1450원 유지 시 '도산 위기'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과 상호금융 등 금융회사들은 소호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소비위축과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달러 강세가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돈맥경화'를 심화시키고 있어서다. 자금흐름이 막힌 중소 수출입기업들은 만기일에 맞춰 이자를 갚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껑충 뛴 환율에 손해를 감수하고 영업을 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만 넘어도 수입 위주의 기업들은 어렵다고 한다"면서 "1450원이 넘으면 원자재를 수입해 다시 수출하는 수출기업까지 모두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139.03(2020년 100)으로 전월(137.55) 대비 1.1% 올랐다. 2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한 데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3.0% 올라 석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는데도 수입물가가 오르는 이유는 환율상승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달 수입물가는 더 오를 텐데 중소기업들은 더욱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짚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팬데믹 발발 이후 국내 기업의 부채 레버리지 비율이 글로벌 평균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속도로 상승해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9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금융 잔액은 0.92배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말 1.10배까지 확대됐다.
미국의 기준금리 속도 조절까지 겹치면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기업 외화결제·대출만기 조정을 요청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결제·대출만기 조정으로 급한 기업들이 당장 높은 환율로 달러를 마련하지 않아도 되니 단기적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원·달러 환율 1450원 선이 뉴노멀이라면 내년 상반기까지 못 버티고 도산할 기업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중소기업들은 자금유동성, 즉 '돈맥경화'를 호소하고 있다. 한 교육업체 관계자는 "정책 변화, 재정지출 감소에 더해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기존 업체들의 매출이 급감한 상황"이라며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 연장을 거부하면서 자금유동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폐업을 선택하거나 신규법인을 설립해 자금을 빌려 돌려막기를 시도하는 등 '좀비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만기연장 단기 대책, 정책금융 절실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영업을 해온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상호금융기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소비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연말 특수마저 사라지자 '골목장사'를 해온 고객들이 이자 납부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어서다.
상호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연체율 상승세가 두려운 수준인데 지금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며 "단기적인 대책을 넘어 중장기적인 재정적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정치적 불안정성에 미국의 달러 패권 강화가 겹친 상황에서 기업활동이나 소비진작을 위해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소상공인 등의 문제를 정책금융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mj@fnnews.com 박문수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