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中企 먼저 덮쳤다... 단가 뛰어 "수출 취소될판"
2024.12.22 19:22
수정 : 2024.12.22 19:22기사원문
"영업이익 10% 내기도 어려운데 환율은 불과 몇 개월 사이 10% 가까이 올랐다. 판매가에 반영하려고 했지만 가격이 비싸면 수출계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푸드업계 관계자)
고환율로 '을'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원자재를 수입·가공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를 가진 국내 중소기업의 특성상 고환율에 취약성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제때 납품가격에 반영해주면 좋지만 최근 원청업체인 대기업까지도 위기에 봉착하고 있어서다. 소비자간거래(B2C) 중소기업도 중국산 저가 경쟁품 때문에 당장 판매가를 인상할 수 없어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게 오른 원·달러 환율 탓에 중소기업 현장 곳곳에서는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려움을 넘어 수주계약 취소 등 기업을 힘들게 하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화학약품 제조업체 대표는 "환율상승으로 원자재 수입단가가 2배 이상은 올랐고 마진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조업체는 올해 원·달러 환율을 1350원으로 전망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기업은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원재료 수입가격이 연초 대비 15%, 6개월 전 대비 10% 상승한 셈이다.
이 대표는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판매가격보다 원자재 매입가격이 비싼 역전현상이 일어났다"며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이런 상황에서 원자재 수입을 계속해서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수출계약 취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환율에는 수출기업이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수출국가에서 저가 중국산 제품과 경쟁할 경우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거래 자체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수출 중소기업 51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개 기업 중 2곳에 해당하는 22.2% 기업이 '고환율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답했다. 또한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의 경우 환율이 1% 오를 때 손해가 약 0.36% 증가하며, 이들 기업의 환차손 비중은 영업이익의 25%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