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전 냄새나는 돈
2024.12.22 19:39
수정 : 2024.12.22 20:36기사원문
내수, 민생 경기가 안 좋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현 정부도 과거 정부도 장관들은 그때마다 현장 방문을 늘렸다. 여론 눈치를 봐서 한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고위관료들은 직접 가서 눈으로 봤다. 배추 가격이 오르면 배추밭에 뛰어갔다. 자영업자가 힘들면 시장을 찾았다. 하지만 최근 주간 장차관 일정표를 보면 고위공직자들은 시민을 만나는 현장을 줄이고 있다. 장차관뿐 아니라 일반 관료들이 참석하는 법률 공청회는 연기되고, 민생토론회에서 논의되던 정책은 멈췄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더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관료들이 국민들을 만나지 않으면 민생경기는 어떻게 될까. 대통령 직무정지,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미 사의까지 표명한 장관들에게 주어진 책무는 더 커졌다. 내각이 계엄에 동조했거나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했다는 비난도 쏟아지며 몸과 마음은 더 무거워질 것이다. 공무원들이 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럴수록 더 밖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줄줄이 취소된 일정에 다시 가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 피부로 그들을 느끼고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계엄 선포 며칠 뒤에도 조류인플루엔자가 걱정이라며 현장으로 가던 공무원이 생각난다. 그들에겐 정치적 혼란과 상관없이 우선 해야 할 일이 있다.
국회는 정부를 만나야 할 것이다. 이제 시작되는 여야정 협의체를 잘 가동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와 정부가 만나 경제의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각이 계엄 선포에 어느 정도까지 관련 있는지를 수사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낙인 찍기가 과연 정책 실효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까. 정쟁 속에서 실질적인 정책이 뒷전이 되는 모습이다. 국회의 과도한 편 가르기에 움츠러든 공무원들 앞에서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일 것이다. 현금을 만지면서, 보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의 노고를 바로 알았다. 여야정도 국민을 만나 그들의 고됨을 만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