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당 50달러 더 내세요"…美호텔 수수료 갑질에 피해 속출

      2024.12.23 05:20   수정 : 2024.12.23 08:45기사원문
호텔에서 결제하는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제공)


호텔스닷컴 결제 내역 화면


리조트 피 체커 닷컴 홈페이지 메인 화면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 A씨는 미국 보스턴 5성급 H 호텔에 7박을 예약했다가 분노했다. 체크인하려는데 호텔 직원이 '호텔세'(Destination fee) 명목으로 1박당 30달러, 총 210달러의 추가 결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예약 당시 호텔 비용은 이미 결제를 해 놨는데, 추가 금액을 내지 않는다면 투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호텔 측의 안내였다.

화가 난 A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H 호텔은 이런 이유로는 환불도 불가능하다고 배짱을 부렸다. 갑자기 현지에서 다른 호텔을 예약할 수도 없었던 A 씨는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추가 결제를 해야 했다.


#. 뉴욕 M호텔에서 4박 후 체크아웃을 하려는 B 씨는 직원에게 뜬금없이 137달러가 결제된 '호텔세' 영수증을 건네받았다. 예약 당시 1박당 50달러를 결제했는데 호텔에서 임의로 총 337달러를 결제한 것이다.

최근 미국 현지의 일부 특급 호텔들이 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여행객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가 특급 호텔의 부정 수수료를 금지하는 규정을 오는 2025년 봄쯤에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일부 '주'(State)에 국한된 규정일 가능성이 높아 여행객들의 피해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호텔과 여행사, 여행 예약 플랫폼(OTA)들의 사전 안내 등이 부실해 여행객은 이를 사전에 알기도 힘든 상황이다.

미국 대통령까지 지적한 '정크피'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호텔 등을 포함해 부정 수수료를 금지하는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안에 따라 호텔과 예약 중개 업체(여행사·OTA 등)는 온갖 수수료를 포함한 총 가격을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는 부정 수수료가 오래전부터 골칫거리로 지적되어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2월 성명을 통해 부정 수수료 방지법을 추진한다며 관광업계에 전면전을 예고한 바 있다.

미국의 4성급 이상 특급호텔들이 '호텔세'를 비롯해 리조트세(Resort Fee), 시설료(Facility Fee), 관광세(Tourist Tax), 도시세(City Tax)등의 온갖 이름으로 제멋대로 추가 요금을 부과해 왔다.

이를 미국 내에서 한데 묶어 '정크피'(Junk fees)로 부른다.

국내 호텔업계 관계자는 "수영 타월, 냉온수, 전기 포트, 체력 단련실 등 다양한 것에 요금을 붙인다"며 "적게는 1박에 20달러에서 많게는 90달러까지 부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여행사·OTA, 공지는 하고 있을까

호텔 부정 수수료는 결제 및 예약하는 단계에서 사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호텔은 물론, 여행사와 예약 플랫폼들의 고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여행사들의 경우 해외 패키지 상품이 아닌 호텔만 별도로 예약 후 결제할 때 팝업창 또는 작은 글씨로 '불포함 서비스 요금'을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면밀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해외 OTA의 경우 불포함 서비스 요금(숙소에서 요금 결제)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따라 '불포함 서비스 요금'에 대한 고객들의 충분한 인지를 위해 총 3번(요금 검색 시, 결제 전, 결제 완료 후 바우처 내 기재)의 안내를 노출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글로벌 OTA는 리조트 이용료 관련해 상세한 안내 페이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호텔스닷컴 관계자는 "가격 투명성은 여행객들에게 중요한 요소"라며 "한국에서 검색 결과에 객실 요금, 호텔에서 요구하는 모든 요금(경우에 따라 리조트 요금 포함) 및 세금을 포함한 호텔 가격을 표시하여 예약 비용을 사전에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7월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선제적으로 호텔 및 숙박시설 대상으로 전체 수수료를 표시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익스피디아, 에어비앤비, VRBO 등은 숙박 예약 시 수수료와 세금을 포함한 총 비용을 노출하고 있다.

국내 규제는 없나

일부 여행사들과 OTA에서 안내를 한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여행객들이 인지를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제 시 내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혹시 모를 추가 비용 결제를 대비해 검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리조트 피 립오프(Resort Fee Ripoff)라는 사이트는 힐튼, 메리어트, 하얏트 등 호텔 및 리조트 이용료에 포함한 서비스 가이드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리조트 피 체커(Resort Fee Checker) 사이트에선 투숙 예정인 호텔 및 리조트의 부정 수수료를 미리 검색할 수 있는 엔진을 공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개선 움직임이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2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다크패턴'(소비자 기만행위)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으로 여행 플랫폼 기업들이 최종 결제 단계에서 금액을 달리하는 '다크패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국내법이 적용 되는 국내 기업과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영업하는 해외 플랫폼에 해당하니 소비자들도 플랫폼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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