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파나마, 트럼프의 운하 반환 요구에 강력 반발
2024.12.23 07:34
수정 : 2024.12.23 07: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통적으로 미국에 협조적이었던 파나마 정부가 이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운하 소유권 주장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트럼프의 주장은 운하 운영에 중국의 입김을 배제하라는 의미로 추정되나 이번 발언으로 인해 양국 관계의 균열이 예상된다.
파나마의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대국민 연설 영상에서 "파나마 운하와 그 인접 지역은 파나마 국민의 독점적 재산"이라며 "단 1㎡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중미와 남미 사이에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82km 길이의 파나마 운하는 미국의 주도로 1914년에 완공되었다. 미국은 이후 85년 동안 운하를 관리했으나 1999년 파나마 정부에 운영권을 넘겼다. 연간 최대 1만4000척의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 파나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무역의 3~4%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올해 9월 사이 해당 운하를 가장 많이 이용한 국가는 미국이었으며 2위는 중국이었다. 일본(3위)과 한국(4위)도 운하의 핵심 고객이다.
트럼프는 21일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파나마 운하는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에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에 중요한 국가 자산으로 여겨진다"고 적었다. 그는 파나마가 미국 해군 및 기업에 과도한 운하 통행료를 요구한다며 "이 완전한 갈취는 즉시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파나마 운하는 다른 나라의 이익을 위해 제공된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와 파나마 간 협력의 징표로 주어진 것"이라며 "결코 나쁜 이들의 손에 떨어지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대한 나눔의 제스처가 가진 도덕적, 법적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반드시 파나마 운하를 전면적으로 반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2일 애리조나주 정치 행사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외신들은 트럼프가 최근 중남미에서 영향을 키우는 중국을 의식해 이번 발언을 내놨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파나마 운하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지만, 현재 홍콩계 기업 CK허치슨이 파나마 운하 지역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7월 파나마 대통령에 취임한 물라노는 남미에서 미국을 향해 올라오는 이주민 차단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적극 협조하며 친(親)미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의 운하 발언으로 정치 기조를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 파나마 최대 야당인 중도좌파 성향 민주혁명당(PRD)은 22일 엑스에 "파나마 운하는 '받은' 게 아니라 우리가 되찾아 확장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파나마 국회 최대 세력인 무소속 연합 역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우리 민족의 기억과 투쟁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