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국내 경영환경에 '不'..."환리스크 관리 절실"
2024.12.23 12:00
수정 : 2024.12.23 14: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벤처기업 10곳 중 과반 수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경영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국내 벤처기업 400개 사를 대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국내 벤처기업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52.3%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경영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환율 리스크 등이었다. 응답 기업의 60% 이상은 △무역 및 통상 정책(65.2%) △환율 변동(62.2%)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환율변동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관세 인상으로 인한 제품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기업이 가장 많았다.
실제 미국에 주로 수출하는 대기업 반도체 벤더 A사는 "미국의 보편 관세 도입 시 제품의 가격 경쟁력 저하로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자부품 업체 B사는 "환율변동으로 원부자재 비용이 상승해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첨단산업 육성 정책과 대중국 견제 기조를 기회로 보는 기업도 있었다. 헬스케어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 C사는 "미국 내 사업 환경 개선에 따라 현지 기업과의 협력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벤처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변화에 대비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 여부를 묻는 질문에 '준비돼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0.8%에 불과했다. '준비 중'이라는 응답은 34.5%,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54.4%에 달했다.
벤처기업의 주요 전략은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53.9%) △신규 시장 발굴 및 진출(48%)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정책 변화 모니터링(29.6%) △공급망 리스크 관리(28.2%)가 뒤를 이었으며, 원자재 수입 다각화, 공장 해외 이전, 환율 모니터링 등이 기타 의견으로 언급됐다.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 벤처기업들은 △금융 및 환리스크 관리(51.5%)를 최우선 정책으로 꼽았다. 이는 앞서 언급한 환율 변동성에 따른 벤처업계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대체시장 발굴, 판로 개척 등 '수출지원(49.0%)'에 대한 요구도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 △국내 규제 완화(31.3%) △미국 정책 변화에 대한 정보 제공(22.0%)이 뒤를 이었다.
전자장비 업체 E사는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정부에서는 환율 목표 범위 설정과 시장 개입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을 통해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대비할 수 있도록 환율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해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성상엽 벤처협 회장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환경 불확실성 및 최근 국내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벤처기업들의 불안감이 매우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 및 외환시장의 불안, 국내 대기업 주력산업의 경쟁력 쇠퇴 등 최근 30년 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 벤처 기업이 다시 한 번 한국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도록 행정부 및 입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