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구조조정 3조 투입…위기 수습엔 '역부족'

      2024.12.24 19:11   수정 : 2024.12.24 19: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정부가 23일 공급과잉 상황에 놓인 나프타분해시설(NCC) 합리화 등을 골자로 하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으면서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설비 폐쇄와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등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인센티브 내용이 담겨 구조조정을 위한 바탕은 마련됐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유동성 해소와 사업전환을 위해 총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자금을 공급하는 내용도 포함됨에 따라 기업의 의사결정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부의 좀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정부는 사업구조 고도화, 설비감축 등 범용품 공급과잉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재편 계획을 제출한 기업에 한해 금융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업계가 자발적인 범용설비 축소 등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공급과잉 NCC 설비 합리화 △글로벌 시장 경쟁력 보강 △고부가 제품 전환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는 사업재편 계획에 따른 자산 매각 때 과세이연 기간 연장 등 세제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석유화학 기업 간 합작법인 설립 등을 추진하면 기업결합 사전 심사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후속대책 수립에도 즉각 착수하기로 했다. 내년 초 업계 중심으로 사업재편에 대한 용역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도출된 원칙에 따라 사업을 재편하는 기업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기업활력법상 사업재편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하겠다"며 "내년 중 공업원료용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석유수입부과금을 환급하는 한편 첨단·저탄소 소재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하는 등 친환경·고부가 전환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탄핵 정국에서도 정부가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또한 업계가 그간 요구해왔던 방안도 대부분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신학철 한국화학산업협회장은 이날 협회 명의의 입장을 내고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차질 없이 발표된 것에 대해 업계를 대표해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향후 석화산업의 글로벌 경쟁구도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사업재편 방향 도출을 위한 산업계 자율 컨설팅 용역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 주도의 인위적 사업재편이 어려운 만큼, 산업계 스스로 독립적 전문기관을 통해 석화산업 재편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컨설팅을 통해 국내 과잉설비 규모를 판단하고 향후 바람직한 사업재편 및 과잉설비 우선순위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업계가 자율적인 조정을 통해 효율적인 사업재편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면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줄 수 있는 독립적인 전문기관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한 업체의 감산이나 매각이 다른 업체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업체 간 조율을 통해 사업재편의 큰 틀을 완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인 사업재편이 이뤄지려면 정부의 좀더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체들 간에도 이해관계가 많이 달라서 업계 자율에 맡겨둔다면 사업 재편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별로 하든 분야별로 하든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정부의 좀더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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