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합병 협상 공식 개시...2026년 세계 3위 자동차 업체 등극
2024.12.24 03:07
수정 : 2024.12.24 03:07기사원문
일본 혼다와 닛산 자동차가 23일 합병 협상을 공식 개시했다.
양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일본 경제통상산업성 등 정부 부처를 방문한 자리에서 양사 합병 추진을 공식화했다.
닛산이 최대 주주로 지분 26.7%를 보유한 미쓰비시 자동차도 합병사에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양사는 3사 합병을 오는 2026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 3사 합병사는 현대기아차를 제치고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업체가 된다.
인원, 설비는 그대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합병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혼다 CEO 미베 토시히로는 합병이 완료된 뒤에도 3사는 개별 자동차 회사로 운용된다고 밝혔다.
3사 지분을 모두 보유한 지주회사라는 큰 텐트 아래에 혼다, 닛산, 미쓰비시가 지금처럼 개별 브랜드로 영업한다는 것이다.
합병사 지분은 혼다가 닛산보다 더 많다.
미베 CEO는 3사가 합병 이점은 살리되 단점은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 라인을 공유하고, 같은 부품을 공동으로 대량 구매하는 한편 연구개발(R&D) 프로젝트도 통합하겠다고 그는 밝혔다.
대신 독자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인원 감축이나 공장 폐쇄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미베는 강조했다.
그는 혼다가 닛산, 미쓰비시와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막대한 자율주행, 전기차 기술 개발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버겁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판 깔아준 정부
일본 정부는 이번 3사 합병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닛산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닛산은 회사가 정상궤도에 오르자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을 쫓아냈고, 이후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모토 요지 경제산업상은 3사 합병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업계 내 재편이 혁신을 부르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난센스”
닛산을 정상궤도로 끌어올렸지만 내부 반란으로 쫓겨나 부패 혐의로 기소까지 당한 상태에서 일본을 탈출한 곤 전 닛산 회장은 일본 정부가 뒤에서 유도한 이번 합병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3사 합병이 “정치적으로는 의미가 있다”고 비꼬았다.
곤은 일본은 외국인이 구원자가 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면서 닛산 구원자는 자신 같은 외국인이 아니라 혼다 같은 일본인, 일본 기업이어야 일본 정부가 만족한다고 주장했다.
곤은 그렇지만 이런 정치적 결정은 경제적으로는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그는 3사가 합병하지만 기존 설비와 인원은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면서 이런 중복을 걸러내지 못하는 합병은 경제적으로 무의미하고, 효과도 없다고 못 박았다.
곤은 2018년 일본에서 부패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미 특수부대 출신인 용병들을 고용해 일본에서 고국인 레바논으로 탈출했다.
그는 자신이 일본에서 대대적인 감원으로 미운 털이 박혔고, 이때문에 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