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빈곤 등 과제만 잔뜩 안고 맞은 초고령사회

      2024.12.25 18:13   수정 : 2024.12.25 18:13기사원문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선 것인데, 내년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보다 수개월 빨라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인구(5122만1286명)의 20.0%를 돌파했다.

2017년 8월 고령사회에 접어든 이후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10년 걸린 일본보다 더 빨리 '늙은 국가'가 된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 정년 연장 등 가장 기본적인 제도조차 준비하지 못한 채 맞이한 초고령사회여서 걱정이 앞선다. 경제 역동성이 위축돼 향후 경제성장률이 1%대, 심지어 0%대로 추락한다는데 국민의 납세·부양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초고령사회는 우리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무엇보다 고령화에 대비한 사회경제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점이 큰일이다. 우리와 달리 초고령사회 진입까지 20~30여년 걸린 유럽 국가들은 사회보험 전환 등을 숙의했고 개혁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는 합계출산율 0.7명대의 심각한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두 가지 어려운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처지다.

서울·수도권에만 인구가 몰리고 지방은 급격히 소멸 중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중도 지난 2016년 73.4%를 정점으로 꺾여 일할 사람이 줄고 있다. 생산인구 100명당 부양하는 유소년과 고령인구 비중인 총부양비가 현재 42.5명에서 2042년 76.7명에 이른다. 미래 청장년세대가 지금보다 더 많은 노인과 어린이를 부양해야 하는 것이다. 2042년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적적자가 56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국민연금 개혁은 수년째 난항 중이다. 수급자가 급증해 30여년 후 연금 고갈이 예견되는데도 노인 빈곤과 기금 안정화 등 본질을 벗어나 가치와 이념 갈등으로 개혁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해 답답할 노릇이다. 정부가 지난 9월 보험료율을 세대 간 차등화하는 내용의 연금개혁안을 냈으나, 국회는 논의기구와 같은 시답잖은 문제로 논쟁만 하다가 탄핵정국에 올스톱됐다.

이렇게 하루 800억원 넘는 적자만 쌓이고 있다. 정부 재정에서 100% 지급하는 노인 기초연금도 지속가능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 문제를 해소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고령화·저출생 문제는 잠재성장률이 조금씩 꺾이는 것과 같이 서서히 구조화된다. 그러니 국회나 정부가 정책 효과를 확인하는 데 오래 걸리는 고령화정책 따위는 선심성 정책에 밀려 늘 후순위다. 골든타임이 흘러가도 모른 척하는 것이다. 이것은 입법과 정책을 책임지는 국회와 정부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늦을수록 기본부터, 쉬운 것부터 순차적으로 풀어가면 된다. 여야가 별 이견이 없는 인구전담 부처를 신설하는 게 첫째다.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로 논의가 상당히 근접한 국민연금 개혁에 서둘러 합의하는 것이 둘째다. 60세인 법정 정년을 계속고용, 퇴직 후 재고용 등과 같이 기업과 근로자의 형평성을 고려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65세인 노인연령 기준을 높여 사회보장 비용을 안정화하는 것이 다음이다.
답답한 국정공백 상황임에도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합의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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