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대한항공, 1300억 노선 中에 뺏길판… 정부 대응 절실
2024.12.25 18:17
수정 : 2024.12.25 18:17기사원문
25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운수권과 슬롯 재배분 규모는 약 9000억원으로, 이 중 중국 노선 규모는 약 1300억원에 달한다.
슬롯은 항공사가 특정 공항에서 항공기를 이착륙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항공협정에서 1대1로 운수권을 배정받더라도 슬롯을 확보하지 못하면 항공편 운항이 불가능하다.
현재 중국은 자국 항공사의 경쟁력을 보장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주요 시간대 황금노선 슬롯이 중국 항공사에 우선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중국 상하이 노선은 항공편 수요가 높아 운수권이 있어도 슬롯을 확보하지 못해 운항을 못하는 항공사들이 많다. 공공운수노조는 "사측으로부터 아직 공식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라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료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시정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공정위는 2019년 1~12월 탑승객 수 기준 양사 계열 5개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점유율이 50% 이상일 경우 경쟁 제한 노선(운수권·슬롯 재배분이 필요한 노선)으로 선정했다. 대체 항공사의 노선 진입 신청이 있으면 대한항공은 운수권·슬롯을 국토교통부에 반납하고, 국토부가 이를 재배분한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중 대체 항공사 선정 방식에 대한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항공사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인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슬롯은 해당 노선에서 장기간 운항한 기록을 기준으로 배정되기 때문에 중국 항공사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재분배 과정에서 국적 항공사가 인기 시간대 슬롯에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자국 중심으로 노선을 재편할 가능성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슬롯 배정이 중국 민항국(CAAC) 관리 아래 이뤄지고 최종 권한이 중앙 정부에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 교수는 "슬롯 배분이 중국 중심으로 진행되면 국내 항공사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항공 시각 조정위원회 등에서 슬롯 배분 과정을 세밀히 감시하고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국제선 운항을 위해서는 출발지와 도착지 모두에서 슬롯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중국 당국이 한국 공항 슬롯에 관여할 수는 없는 만큼, 국내 항공사들이 불리한 조건에 처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