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쇼핑' 막으려면 5세대 실손 흥행보다 비급여 관리 우선"
2025.01.09 15:02
수정 : 2025.01.09 15: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도수치료 등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 항목을 '관리 급여'로 전환하고, 일반질환자의 실손보험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동일 적용하는 정부의 비급여·실손 개혁방안이 발표됐다.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사가 일정 보상금을 지급하고 5세대 실손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계약 재매입'도 거론됐지만, 전문가들과 보험업계는 비급여 통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9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토론회를 열고 비급여·실손 개편 초안을 공개했다.
실손 개편 방안에는 일반환자 외래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상향하고, 임신·출산 급여의료비를 신규 보장하는 한편 소비자가 원할 경우 보험사가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기준에 따라 보상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앞서 의료계가 개편안을 놓고 "사적 계약에 국가가 개입한다"며 반발해 온 데다 전날 '강경파' 김택우 시도의사회장이 신임 대한의사협회장으로 선출된 만큼 향후 개혁을 둘러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급여를 통제하지 않으면 의료생태계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며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비급여로 인한 수익 창출 영향으로 필수 의료 체계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비급여 의료비가 증가하면 건강보험 체계가 흔들릴 위험성도 있다"고 짚었다.
보험업계도 실손 적자로 인해 정부·소비자·보험사 피해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비급여 통제가 타당하다며 개혁에 찬성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실손보험을 손질해 5세대 실손상품을 흥행시키는 것보다 △관리급여 지정 △비급여 퇴출기준 및 신의료기술 통제기준 설정 등 명확한 비급여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본질적인 실손 개혁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급여가 팽창하면서 보험사는 계속 적자를 보고 있고, 선량한 고객들의 보험료가 계속 오르고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 고갈도 가시화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4세대 위험손해율은 2021년 61.2%에서 올해 131.4%까지 상승하며 3년 만에 114.7%가량 뛰었다. 실손 손해율이 악화될수록 소비자들의 보험료 또한 오르는 구조다.
다만 개편안에 비급여 가격 규제 및 적정 진료기준 마련이 빠진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비급여 대책 관련 과제별 시행 시기 등 구체적 실행방안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보건당국의 근본적인 관리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손 상품 구조만 개편할 경우 개혁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