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 차기경영자 내부발탁 시사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선 유상부 포항제철 회장이 지난 30일 미국 현지에서 후계 경영구도와 관련, “차기 최고경영자(CEO)는 철강전문가가 될 것이며 철저한 경영능력 평가를 기준으로 선정될 것”이라고 밝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회장은 이날 미국 기관투자가들을 위한 IR에 앞서 뉴욕 맨해튼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주인 없이도 경영을 잘 할 수 있고 순조롭게 경영을 승계할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들 것”이라며 “정치논리만 배제된다면 포철의 후계 경영자 선정과정은 국내 기업의 표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이구택 사장과 박문수 부사장의 임기가 다음달 만료되는 ‘미묘한’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유회장의 ‘2선퇴진’ 가능성 등 갖가지 억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포철측은 이에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기업설명회를 통해 회사의 지배구조와 경영시스템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일 뿐 차기 경영자와 관련한 포철의 ‘경영승계 가시화’는 시기상조라고 못을 박았다.

실제로 유회장(42년생)은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데다 건강에 문제가 없어 앞으로도 당분간 일선에서 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유회장은 “철강에 대해서는 철강 전문가가 경영을 해야하고 민영화 초기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후계자를 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향후 내부인사 가운데 발탁하되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를 방침임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지난해 7월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후계 경영구도’에 대한 질문과 관련,(기자회견장에 배석한 임직원을 가리키며) “여기 훌륭한 분들이 있지 않느냐. 이들을 잘 지켜봐달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유회장은 미국 현지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철강제품 국제가격은 내년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면서 “이를 감안해 올해에도 긴축경영 기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통상법 201조에 따른 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등 통상마찰 문제에 대해서는 4년간 4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자국 철강업계에 지원하는 방안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되므로 미국 정부가 신중한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e-mail] 이규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