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122만원 올라

      2003.01.09 08:56   수정 : 2014.11.07 19:53기사원문

서울·수도권 지역 아파트 분양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수요자들은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자율화라는 미명하에 지나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내집마련정보사, 닥터아파트, 부동산114, 텐커뮤니티 등 부동산 정보제공업체가 집계한 지난해 서울·수도권에서 아파트를 공급한 건설업체의 아파트 신규 분양가를 입수, 지역별·업체별로 분석했다.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수도권에서 분양된 신규아파트들의 분양가도 기존 아파트의 가격 인상으로 덩달아 올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건설업체들은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시세에 맞춰 무조건 이보다 높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기존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겼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또다시 분양가를 인상시키는 악순환을 주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8일 분양가를 과도하게 책정한 건설업체에 대해 법인세 탈루여부를 집중 조사키로 했다.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통보받은 분양가 과다 책정업체를 대상으로 법인세 탈루여부를 집중조사, 오는 3월 법인세 신고 때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고 납부했는지를 정밀 분석키로 했다. 따라서 지난해 신규아파트 분양 당시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여 책정한 상당수 건설업체가 법인세 탈루 ‘철퇴’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서울·수도권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알아 본다.

■서울지역

지난해 서울 동시분양을 통해 나온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얼마나 올랐을까. 지난해 1∼11차 서울지역 동시분양 아파트 156곳에 대한 분양가 조사결과에 따르면 평당 분양가는 평균 857만원으로 지난 2001년 735만원보다 무려 16.6%인 122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강남구의 경우 2002년 동시분양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1603만원에 달했다. 지난 8차 동시분양에 나왔던 압구정동 구현대 65동을 대림산업이 리모델링해서 분양한 ‘대림아크로빌’ 85평은 분양가가 무려 평당 2396만원으로 지난해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분양가 고공행진=서울시 동시분양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97년 495만원이었으나 98년 521만원, 99년 604만원, 2000년 673만원, 2001년 735만원, 2002년 857만원 등으로 계속 큰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5년새 73%나 폭등한 셈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각 구별 평당 평균 분양가는 ▲강남구 1603만원 ▲용산구 1360만원 ▲서초구 1349만원 ▲서대문구 1249만원 순이었다. 이어 송파구(1052만원)와 광진구(1034만원)가 평당 평균 분양가가 1000만원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분양가가 낮았던 곳은 금천구(564만원)와 도봉구(598만원)로 각각 강남구의 35%, 37% 수준에 불과했다.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인상에 대해 대지비의 상승과 함께 신평면 개발이나 마감재 고급화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에서는 건설업체들이 과다한 이윤을 취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시모 김재옥 회장은 “건설업체들이 지난해 부동산 호황을 등에 업고 주변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결정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며 “분양가 자율화에 따른 감시기구 설치나 평당 표준 건축비에 대한 가이드 라인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당가 높았던 주요단지=서울 동시분양에서 각 구별 평당 분양가보다 높았던 주요 아파트는 강남구 압구정동 ‘대림아크로빌’, 대치동 ‘풍림아이원4차’, 청담동 ‘대우유로카운티’, 도곡동 ‘현대하이페리온’, 논현동 ‘한진아르세움’, 서초구 서초동 ‘서초2차 e-편한세상’ 등이다.

특히 해당 구의 평당 평균 분양가보다 턱없이 높거나 입주를 앞둔 주변 아파트 분양권 시세보다도 훨씬 높게 분양가가 책정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8차때 대림산업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65동을 리모델링해 분양한 대림아크로리버의 분양가는 81A평형이 18억6731만원, 81B평형 18억7319만원, 85A평형 20억4284만원, 85B평형 20억4893만원으로 평당 분양가가 2289만∼2396만원선이었다. 강남구의 평균 분양가인 1603만원보다 무려 600만∼700만원이나 높았던 셈이다.

11차에 나온 대치동 풍림아이원4차 41평형 단일평형 분양가는 7억30만원으로 평당 1700만원선이었다.이는 9차 동시분양을 통해 공급됐던 인근의 풍림아이원3차 43평형(분양가 6억3500만원)보다 2개월새 평당 100만원 이상이나 높게 책정된 금액이다.

10차분양에 나온 청담동 대우유로카운티는 20가구를 일반분양한 가운데 분양가는 평당 1549만∼1560만원에 달했다. 이는 입주를 앞둔 주변의 대림아파트 30평형의 분양권 시세인 평당 1500만원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

2차에 금강주택이 구로구 오류동에서 분양한 33평형의 분양가는 2억4638만원으로 주변 대우드림월드 32평형의 분양권시세인 1억8500만∼2억원보다 최고 6138만원이 높았다.

4차에 나왔던 광진구 광장동 현대아파트 55평형의 분양가는 5억9598만원으로 인근 극동2차 55평형의 하한가 시세인 5억원보다 1억원 가까이 높았고, 서초구 서초동에 분양한 ‘대림e-편한세상’ 48평형도 분양가 6억2300만원(평당 1297만원)으로 방배동 아이파크빌 58평형의 시세인 6억6000만원에 가까웠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건설회사들이 토지매입비와 건축비 외에 주변시세를 고려해 분양가를 책정한 경우가 많았다”며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청약률 저조와 계약률이 낮아져 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변명과 현실=주택 건설업체들은 자체사업이 줄어들고 도급사업이 늘어난 데서 분양가 인상의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땅을 팔고 설계와 인·허가를 진행하는 시행사측의 욕심이 분양가를 높이는 주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또 임금과 원자재값, 고급 마감재 사용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변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측은 건설업체가 편법으로 분양가를 높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광고비를 1가구당 심지어 4500만원까지 책정해 분양가에 전가시키는 업체도 있고 모델하우스를 보통 12개월가량 운영하면서 36개월간 운영하는 것처럼 속여 분양가에 포함시킨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또 아파트 지하 면적과 주차장 등 공용평수를 건축비에 포함해 실제 건축비를 인상하고 분양가를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접비용과 경상이익 이중 계산으로 분양가를 지나치게 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시모 분양가 감시 계속=지난해 5월부터 분양가를 평가하기 시작한 소시모는 아파트 분양가의 허구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일부 업체들의 경우 평당 20만∼300만원까지 분양가를 내리는 등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전문인력 부족과 사업승인권자인 각 구청의 소극적인 자세로 당초 계획했던 것만큼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소시모측은 분양가 인하에 대한 강제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와 각 자치단체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측은 “중앙정부의 아파트값 자율화 기조에 지자체가 나서서 규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최소한의 감시나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시모는 오는 17일 정부 관계기관과 서울시, 구청 관계자가 참여하는 토론회에서 향후 활동방향과 요구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견제와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던 분양가의 실체를 지속적으로 공론화시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내집마련 아파트 수요자들의 피해를 줄어나갈 계획이다.

/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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