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쌓이면 우울증 깊어져요”

      2003.06.23 09:42   수정 : 2014.11.07 16:36기사원문

연일 계속되는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항상 직면하게 되는 문제지만 요즘과 같이 사회전반적인 경제난일 경우 특히 이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심해진다.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이같은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40∼50대 직장인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뛰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봉급수준도 그렇지만 직장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더욱 초조하게 만든다.

퇴근후 편안한 안식처가 돼야할 집도 회사에서와 별반 다름이 없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다보면 밤에 잠들기 힘들뿐더러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피워물게 된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회의까지 든다. 걱정이 많아지다보니 몸까지 편한 곳이 없고, 병원에 가 봤자 검사결과 이상없다는 말만 들을뿐 별 도움이 되질 않는다.

위의 이야기는 각종 병·의원을 돌고 돌다가 결국 신경정신과를 찾아 ‘우울증’이라는 판정을 들은 한 환자의 상황을 재구성한 것이다.

문제는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우울증과 동반한 각종 신체적 통증에만 메달리다 심각한 상황까지 가도록 자신을 방치하는 중년남성이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파이낸셜 뉴스는 창간 3돌을 맞아 대한신경정신과 개원의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중년 직장인 남성의 고민을 심층적으로 취재했다. 실제로 정신과를 찾았던 중년 남성 우울증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모(32세) 대리의 우울증

김대리는 지난 가을부터 이유 없이 여기저기 몸이 아픈 증상이 계속됐다. 몸에 힘이 없어 움직이는 것도 귀찮고 한동안 잊고 살았던 감기를 계속해 달고 살았다. 3월이 되자 전에 없던 건망증 증상이 나타났다. 서류 정리는 물론 심지어는 아내의 휴대폰 전화번호도 생각이 안나는 경우도 생겼다. 평소 조용하기는 했지만 성실하고 맡은 일은 항상 철저히 마무리해 회사에서 ‘꼼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지만 건망증과 작은 실수가 이어지면서 사무실에서 모두 김대리를 의아한 눈으로 보게됐다.

김대리 자신이 생각해봐도 지나친 것 같아 지난 반년간 숙면을 취한 날을 꼽아봤다. 숙면을 취한 날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10일이 안될뿐 더러 대부분 새벽 3∼4시면 눈이 뜨이곤 했으니 피곤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술의 힘을 빌어 억지로라도 잠을 청할 수 있었지만 이젠 아무리 마셔도 잠은 커녕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됐고 심지어 알코올 중독까지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보다못한 부인에 등을 떠밀려 올해 초 건강검진을 받아봤지만 아무런 이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상이 없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꾀병이라도 부린것 처럼 의사가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신경정신과라도 가보시는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분통이 터졌다. ‘내가 미쳤다는 말인가.’
■중소기업 대표 한씨

지난 1997년부터 자주 체하고 속이 쓰리고 아픈 증상이 있어 5년간 위장약을 달고 살아온 52세의 중소기업 대표인 한씨. 약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고 먹지 않으면 또 다시 체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등 만성적인 소화불량 증상이 계속돼 왔다. 걱정끝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면 ‘신경성이다’ ‘아무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곤 했으나 오진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러 병·의원을 전전했다고 한씨는 말했다. 주위에서 스트레스 때문에 증상이 생긴 것이니 신경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지만 왠지 자신이 약해보이고 정신과를 오가는 자신을 아는 사람이라도 보면 미친놈 취급할까바 선뜻 결심이 서지 않았다.

결국 체한 것같은 증상을 참다 못한 한씨는 큰 맘먹고 정신과를 찾아 상담한 이후 이제는 위장약의 도움 없이도 건강한 삶을 계속하고 있다. 한씨는 “왜 처음부터 정신과를 찾지 않았는지 후회가 된다”고 털어놨다.

■기러기 아빠 김모씨

최근 급속히 늘고 있는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다 우울증 증상을 얻게된 대기업 부장 김모씨(46세).

김씨는 “교육을 위해 아내와 어린 아이들을 캐나다로 보내고 3년째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해왔다”며 입을 열었다.
김씨에 따르면 경제 한파로 직장에서는 45세 정년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고 있고,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자니 실패가능성이 높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고민을 계속하다보니 머리가 한움큼씩 빠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면증 등을 얻게됐다.

김씨도 불면증이나 심장 등의 증상을 따라 병·의원을 전전했으나 별 소득은 없었고 결국 정신과로 가보라는 의사를 권유에 따라 정신과에서 자신의 병이 ‘우울증’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직장과 가정에서의 스트레스 등을 바르게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과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실제로 신체적인 통증을 경험했다는 점, 정신과를 찾는 것을 기피하다가 시간과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며 병을 키웠다는 점이다.

/ kioskny@fnnews.com 조남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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