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수요 양극화
2003.09.24 10:07
수정 : 2014.11.07 13:45기사원문
최근 들어 토지시장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면서 수요 양극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주5일근무제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2억원 미만의 토지를 찾는 수요자들이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연이은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향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일부 수요자들이 토지 등 전원부동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수요자들은 개발예정지 등 투자유망지역을 찾는 경우와 향후 재테크와는 관계없이 주말주택이나 휴양, 농장 등 부분적인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는 지역의 토지를 찾는 부류로 나눠어지고 있다.
토지시장에서도 수요 양극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007의 김지홍 소장은 “전반적인 부동산 거래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토지시장은 2억원 이내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요자들은 택지개발지구 등 개발예정지 주변을 찾는 수요자들과 자연조건이 좋은 휴양지 주변에 위치한 장기보유용 토지를 찾는 수요자들로 나눠지고 있다”고말했다.
◇ 장기보유형 수요, 강원지역 선호=최근 서울 서초동에 사는 진형구씨(51, 자영업)는 강원 원주시 부론면에 소재한 임야 및 밭 1500여평을 7000만원에 구입했다. 진씨는 5∼6년뒤 은퇴한 다음 조그만 펜션 등을 지어 전원생활을 하려는 생각에서였다.
진씨는 내년초에 이곳에 10여평 규모의 작은 휴식공간의 주말주택을 지을 작정이다. 진씨는 “여유자금이 조금 있는데 은행이나 주식에 투자하기에도 마땅치 않고 다른 부동산 상품은 투자규모가 커 노후 대비용으로 구입했다”며 “올 가을부터 나무나 꽃을 조금씩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씨와 같은 장기보유형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토지는 주로 강원이나 충북, 충남 등승용차로 서울에서 1∼2시간안에 도달할 수 있는 곳으로 대략 1억원 미만의 값싼 땅 위주로 매입하고 있다.
시골닷컴의 김경래사장은 “보유형 수요자들은 땅 규모가 크면서도 값싼 토지 위주로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환금성보다는 이용 목적이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강원지역에서는 주로 평창이나 횡성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평당 5만∼10만원대의 토지를 주로 대상으로 하는 편이다.
충북에서는 제천, 충주 등에서 인기가 높고 충남에서는 서산, 당진, 대천 등 해변 위주로 수요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투자형, 파주·김포 지역 선호=환금성을 중시하는 투자형은 주로 수도권 일대에서 개발이슈가 높은 지역을 노린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특히 김포나 파주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지역 등이 인기가 높다.김포·파주 등은 영종도 일대 개발과 아울러 신도시 개발 발표로 관심을 끄는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수도권 서북부의 광역 교통 계획에 따라 주요 간선도로와 철도가 확충돼 교통 여건이 지금보다 크게 개선된다. 제2자유로 건설과, 경의선 전철화, 경전철건설 등 굵직한 재료가 산재해 있다.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이루어질 때마다 가격이 오르는 전통에 비춰 개성공단의 개발도 무시할 수 없는 지가 상승의 요인이다.
파주의 경우 LG필립스 공장 설립으로 월롱면 일대의 토지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 개발 호재로 인해 호가는 올초 대비 30∼50% 이상 뛰었다는 것이 현지의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토지거래허가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으로 거래에 대한 규제가 워낙 심하고 땅값이 높은 덩치 큰 매물들이 많아 거래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지가가 낮은 강화군 일대와 연천, 전곡 일대까지 관심이 넓어지고 있다.
충남 천안·아산 등 행정 수도 이전과 고속전철 개통, 수도권 전철역 확충과 맞물려 최초로 토기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도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특히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있기 이전인 지난해 초부터 지가 상승이 심상치 않았던 지역이지만 올초 대비 30∼40% 가량 땅값이 크게 올랐다. 최근 다시 수요자들이 늘면서 가격 상승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게 현지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 매입시 주의할 점=수도권지역은 투기지역 및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거래가액으로 양도소득세가 나오기 때문에 실질적인 투자수익이 없는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 또 경기 양평이나 광주, 남양주, 가평, 여주 등 전원주택 수요가 높은 지역은 환경보호권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이 제한돼 있다. 기반시설과 정화조 등 부대시설을 갖추는데도 많은 비용이 든다.
강원 등 다른 지역에서는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건축 가능한 준농림지를 계획관리지역으로 전환하는 국토이용관리체계 변경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준농림지를 생산·보전·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하게 되며 생산·보전지역에서는 개발행위가 제한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나컨설팅의 박용상대표는 “토지에 대한 투자는 큰 이익이 없다”면서 “이용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leegs@fnnews.com 이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