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챙기는 기업이 예고된 人災 막는다

      2003.12.16 10:30   수정 : 2014.11.07 11:50기사원문

최근 남극의 세종기지에서 발생한 조난 사고로 인한 젊은 과학도의 죽음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사건은 쇄빙선도 없이 고무보트로 사람을 실어나르는 열악한 남극의 환경에서 이미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그런데 이런 ‘예고된 인재’는 남극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많은 직장인들이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고 이를 풀기 위해 아직도 많은 이들이 담배, 술 등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다. 이들은 작게는 한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는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중요한 사람들에게 암이란 질병이 발생한다고 가정할 때 지난 2001년 기준으로 공식 의료비만 한해 약 1조 2000억원(건강보험연구포럼, 2002년)이 들어간다.

현재 우리나라는 매년 약 10만명의 암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이중 6만명 정도가 사망해 연간 전체 국민 사망원인의 24.4%를 차지하고 있다.

암은 예전에는 발생 원인도 모르고 예방하는 방법도 없어 한번 걸리면 사망에 이르는 ‘불치’의 병이었다.
그러나 근래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흡연, 잘못된 식습관, 바이러스나 세균의 감염, 유전적 소인, 방사선, 술, 발암물질 등이 암의 원인이며 이중 80%는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예고된 인재’인 암 예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연이다. 전체 암 사망자의 3분의 1이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며 이는 대구 지하철 사고가 4일에 한번,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는 10일에 한번 꼴로 발생되는 것과 같다.

40∼59세인 서울의 중년 남성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안윤옥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 남성 조기사망 원인중 25%가 흡연 때문이고 사망률은 흡연자가 70%나 더 높다. 담배만 피우지 않는다면 정상적으로 오래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아깝게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담배로 인한 사망 수치는 오는 2020년경까지는 계속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사회적인 금연이 시급한 실정이다.

암 예방 생활수칙을 지키는 것이 암 예방에 최선의 방법이지만 이것만으로 100% 완전한 예방은 어렵다. 따라서 암을 조기에 발견, 완치하는 것이 암을 예방하는 제2의 대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암에 대해 3분의 1은 예방이 가능하고 또 다른 3분의 1은 조기진단으로 완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최근 직원의 건강을 위해 건강검진을 회사에서 지원하는 곳이 늘고 있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2500여년 전의 ‘육방예경’이라는 고전에도 기업주는 자기의 직원에게 ▲능력에 따라 일을 맡기고 ▲항상 음식을 대주며 ▲수시로 노력의 대가를 치러주고 ▲병이 나면 치료해주고 ▲가르쳐서 깨우쳐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직원의 건강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또 국가에서도 이런 검진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위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에 대해 무료암검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국가의 노력과 함께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예고된 인재인 암을 예방하고 직원들의 건강을 지키는데 필수적이다.


사회 공동체가 모두 건강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는 가장들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우리사회는 이들 가장들의 건강을 한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새해에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초석으로 우리의 기업들이 ‘직원들의 건강을 챙겨줄 뿐 아니라 담배연기가 사라진 직장’을 만드는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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