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동북아 금융허브로

      2004.06.10 11:19   수정 : 2014.11.07 17:55기사원문

세계적인 금융·보험그룹 AIG가 서울 여의도에 금융센터를 건립, 운영키로 서울시와 최종 계약함에 따라 서울이 동북아 중심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난해 6월 AIG측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1년 가까이 끌어온 협상에서 서울시는 9400억원에 달하는 외자유치와 함께 높은 임대료라는 실익까지 챙겨 ‘두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모리스 그린버그 AIG 회장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섣불리 약속하지 않는’ AIG의 관례를 깨고 공동선언문서명 직후 행한 연설에서 “AIG는 앞으로도 서울이 동북아의 금융 중심지로 빠르게 발전하는데 동반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시장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AIG측의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다른 외국기업들의 투자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노사문제 등 외자유치의 걸림돌을 해결하는데 협력하겠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명박 시장의 카운터파트너로 계약에 서명한 그린버그 회장은 한국전쟁 당시 대위로 참전했을 뿐 아니라 2001년 서울시가 출범시킨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의 초대회장을 지내는 등 평소 한국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인물이다.

서울시는 ‘금싸라기’ 여의도땅 14만평이 AIG측에 넘어가지 않도록 99년간 장기임대하는 방식을 택해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임대료는 사업 운영결과에 따라 매년 일정비율을 받되, 공시지가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은 최소한 받을 수 있도록 명시한 것이다. 이 일대 공시지가가 현재 약 1600억원임을 감안하면 연간 최소 80억원의 수익이 들어오는 셈이다.


외국기업에게는 공시지가의 1% 이상 임대료를 받도록 한 ‘지방재정법’ 규정보다 훨씬 높은 임대료를 끌어낸 것이다. 또한 AIG측이 건물을 짓고나서 투기목적으로 이를 곧바로 매각한 뒤 철수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20년간 사업운영을 책임지도록 못박기도 했다.


여기에다 금융센터 건립에 반드시 국내 건설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둔 것도 성과로 꼽힌다. 이에 약 1조3000억원의 생산 효과 및 2만여명의 고용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을 주도한 전문가 컨설팅 회사 LECG의 송경순 대표는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중심 국가의 가시적인 성과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은 새로운 이정표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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