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습니다,꼭 돌아올거예요”…‘천안 실종 여고생’ 박수진양 가족
2004.11.21 12:08
수정 : 2014.11.07 12:00기사원문
【대전=김원준기자】박수진양(16)이 사라진 때는 지난 10월9일. 실종 40여일로 접어들었다. 수많은 제보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부모의 가슴에는 이미 까만 재만 내려앉았다. 백방으로 수소문하느라 피곤한 몸이지만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반복되면서 체력도 바닥났다. 하지만 수진양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가족들의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간절하기만 하다.
“수진이는 살아있을 겁니다. 꼭 살아서 돌아올 거예요.”
수진양의 아버지 박철근씨(47·충남 천안시 쌍용동)는 딸아이의 생존을 확신한다. 아니 ‘살아 있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그렇게라도하지 않으면 딸을 찾는 마음에 일말의 흔들림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박씨는 딸을 찾기 위해 직장일도 당분간 접었다. 그간 거리에서 전단을 돌리는 것부터 인터넷 검색, 관련단체 협조요청 등등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다. 이번주부터는 부산지역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경상도 지역에 전단도 돌리고 고속도로 톨게이트에도 나가 볼 계획이다.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굳게 버텨왔는데 가까운 곳에서 여고생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절망감이 찾아들었어요.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내를 보며 곧바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딸아이가 살아 있다는 박씨의 ‘신앙 같은’ 믿음도 지난 9일 천안지역에서 이모양 피살사건이 발생하면서 크게 동요됐다. 피해 여고생이 딸아이가 다니던 천안 B여고 학생이었던 데다 수진이가 사라진 지 꼭 1개월만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연으로 넘겨버리기엔 두 사건이 너무나 깊은 연관성이 있어 보였다. 박씨에게 ‘혹시 우리 딸아이도…’ 하는 노파심이 밀려든 것이다.
더욱이 지난 6일에는 TV를 통해 수진양 실종사건이 집중보도되면서 전국에서 수백건의 제보가 쏟아져들어왔지만 확인 결과, 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가족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실종당일 수진양은 방과 후 학교 운동장 벤치에 잠시 앉아 있다 낮 12시 30분께 교문을 나섰다.수진양은 학교에서 나와 학교 주변골목과 근처 서점에서 목격된 뒤 종적을 감췄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각은 오후 3시30분께였다.
실종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건발생 다음날인 10일 오전 10시께 천안시 성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수진양의 유류품을 발견했다. 교복과 가방, 구두, 휴대폰, 속옷, 양말, 심지어 머리핀까지 몸에 지니고 있던 모든 것이 버려져 있었다.
경찰은 일단 납치가능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납치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몸값을 요구하는데 비해 아직까지 범인으로부터 어떤 형태의 연락이 오지 않고 있어 수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락처 국번없이 112, 충남 천안경찰서 형사계 041-621-4455)
/kwj5797@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