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제품·기술 시장적응 더뎌

      2005.02.02 12:31   수정 : 2014.11.07 22:00기사원문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혁신’이다.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어 기존의 방식대로 안주하다가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급변하는 외부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대통령을 비롯하여 기업과 개인 모두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은 결코 우리가 원하는 만큼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혁신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참여하고 있는 시장의 경우 혁신적인 제품이나 기술이 개발되어도 시장 전체에 파급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리며 매우 느린 속도로 혁신이 이루어진다.
도대체 그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의 전략컨설팅 회사인 모니터 그룹에서 컨설팅 부서를 맡고 있는 바스카르 차크라보티가 저술한 ‘혁신의 느린 걸음’(이상원 옮김)은 근본적으로 혁신이 시장에 늦게 확산되는 원인은 경제 주체들 간의 긴밀한 상호 연결성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각 경제 주체들이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늘날과 같은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사실 다른 경제 주체들의 선택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혁신을 빠르게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상호 연결된 세상에서 참가자들의 행동과 선택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요지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해를 위한 이론적 배경으로 영화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로 널리 알려진 또한 존 포브스 내쉬의 게임 이론을 사용하고 있다. 즉, 혁신(적 제품)의 시장 도입의 속도를 좌우하는 요소들에 대한 개념의 틀을 내쉬의 ‘균형 상태’에서 찾은 것이다. 균형 상태란 기업이나 소비자 등 시장의 핵심 참여자들이 각기 자기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동시에 남들도 모두 그러할 것이라 기대할 때 나타나는 역동적인 정지 상황이다. 따라서 혁신가가 성공하려면 특정 균형 상태의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깨뜨릴 방법을 알아내야 하고 그런 방법을 통해 경쟁자보다 앞선 전략 수립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저자는 균형 상태 개념을 ‘뷰티풀 마인드’, 즉 아름다운 구속이라 부르고 있다. 이 구속의 구조에 바탕을 이루는 것이 시장의 네트워크 특성이다.

내쉬 이론에서 선택의 균형 상태는 시장의 각 참여자가 특정 선택이 다른 모든 대안보다 더 좋다고 여길 때, 그리고 동시에 다른 시장 구성원들이 모두 같은 행동을 선택하리라 가정할 때 만들어진다. 결국 상호 연결된 시장에서 시장 참여자의 신제품 도입 여부는 다른 이들의 선택에 의해 좌우된다.
새로운 제품인 만큼 참여자들은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지 좀더 궁금해하며 추측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점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고 상호 연결성이 점점 더 커지는 시장, 그리고 참여자들의 의사결정이 서로 뒤엉키는 상황에서 기업이 혁신가로서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에 특별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이 책은 혁신이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얘기보다는 혁신을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혁신의 속도가 느린 원인과 이를 해결하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jochoi@bookcosmos.com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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