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재평가制 이대로 좋은가/강종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원

      2005.07.10 13:29   수정 : 2014.11.07 16:46기사원문


부동산 투기로 나라 안이 뒤숭숭하다. 선의의 투자자조차 정부의 강력한 투기근절 대책수립에 마음 졸이고 있다. 사실 우리 국민의 부동산에 대한 집념은 투기를 넘어 도박에 가깝다. 투기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구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투기는 애초부터 위험이 존재하는 가운데 위험을 안고 이익을 꾀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백안시 할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도박이면 문제가 다르다. 도박이란 인위적으로 위험을 만들어 놓고 위험을 부담하여 이익을 꾀하는 행위다. 돈이나 재물을 걸고 서로 따먹기를 다투는 경우가 전형적인 도박에 해당한다.
이런 도박은 판돈이 클수록 밑천 두둑한 사람이 이길 승산이 크다. 오늘날 국내 부동산 투기가 이와 유사하다. 가난한 서민은 부동산 투기에 참여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

결국 부동산 투기는 일부 가진자들의 유희판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유희판의 폐단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갖가지 부동산 대책들도 부동산 투기의 심각성을 반영한 결과다.

한편 많은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기과열의 원인 진단과 대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원인으로 공급부족을 한결같이 지적한다. 특히 중대형 평형의 아파트 부족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런 평형의 공급을 늘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음으로 정부의 규제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예컨대 소형 평형 의무비율, 투기억제지역 지정, 주택거래 허가제 및 재개발 제한 등 과다한 규제가 공급구조를 왜곡시켜 투기수요를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부동산 관련 규제철폐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끝으로 정부의 과도한 개발계획을 주된 원인의 하나로 보고 있다. 즉 정부의 각종 개발계획 남발로 인한 거액의 토지보상금이 투기자금화되면서 땅 투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토지보상방식의 개선과 주변지역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장치의 도입에 주목한다.

이외에도 부동산 투기대책과 관련해 세제 현실화와 저금리의 재검토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대책을 보면 대체로 임시변통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부동산투기 근절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되는 바, 자산 평가방법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현행 우리나라 자산은 자산재평가법에 따라 현실에 적합한 가액으로 평가한다. 다시 말하면 자산을 취득원가인 역사적 비용(historical cost)으로 가액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 절차에 의거, 현실에 적합한 가액으로 평가한 금액을 장부가액으로 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산가액을 임의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부동산이 많은 기업일수록 금융접근을 용이하게 한다. 그리고 금융이 용이해지면 또 다시 부동산을 취득하는 기회가 높아져 결과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가열시킬 개연성이 높아진다. 과거 상대적으로 자본스톡이 부족했던 시절 자산 재평가는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경제가 커진 오늘날 자산 재평가를 무제한 허용해야 하는지 한번쯤 따져 볼 일이다. 더욱이 자산 재평가의 허용은 사전 이익실현이라는 점에서 부의 불평등을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 기업들의 지나친 부동산 취득 욕구는 바로 이런 사전 이익실현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사회정의 차원에서도 자산 재평가는 어느 정도 제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부동산을 황금알로 만드는 자산 재평가제도는 이래저래 수술할 때가 된 것이다.
이 점 정부당국의 각별한 관심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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