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미투’과자 수입 국내 파장
2005.10.16 13:48
수정 : 2014.11.07 13:05기사원문
최근 오리온 등 일부 제과업체가 중국산 과자를 역수입해 공급하면서 국내 제과시장이 중국산 과자 회오리에 휩싸였다.
피해를 입고 있는 국내 제과업체가 소송을 준비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제품은 오리온의 파이류 과자인 '오 와우'와 '카스타드'다. 또 롯데제과도 구체적인 제품을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일부 제품을 중국 칭다오 현지공장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이 중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오 와우'는 해태제과 '오 예스'를 모방한 '미투제품(me too)'이고 '카스타드'는 롯데제과 '카스타드'를 베낀 제품이다. 둘 다 국내 유명 제과업체 유사제품이란 점에서 쉽게 남의 성공에 기댈 수 있고 신제품보다 리스크가 적어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들 제품이 중국에서 값싸게 제조돼 국내 유통질서가 혼탁해지고 있다는 것과 국산 유명 제품과 워낙 비슷해 소비자들이 중국산인 줄 모르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특히 소비자들은 "중국산 식품이 문제가 되고 있는 판에 과자까지 수입되고 있는 줄은 몰랐다"며 "국산과 구별하기 어렵게 돼 있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해태제과 등 경쟁업체들은 "이 업체들이 국산 유명제품의 인기에 편승하는 모방전략을 쓰는 바람에 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며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중국산 모방제품으로 저가공세를 펼 경우 대응하기 어렵다"며 "제과업계가 미래지향적인 경쟁을 통해 제품의 품질을 높여 나가야 하는 데도 값싼 중국산을 동원해 경쟁하려는 구태는 이제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태제과는 오리온의 '오 와우'에 대해 '부당경쟁행위 가처분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이다.
소비자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 할인점에서 만난 한 주부는 "오리온이란 브랜드가 붙어 당연히 국산인 줄 알았다"며 "비슷한 동일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해 구매했지만 중국산이라면 아예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들 먹거리까지 중국산이 들어 올 줄 몰랐다"며 "제조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제품 포장지에 원산지 표시를 쉽게 볼 수 있도록 크게 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측은 "우리가 운영중인 중국공장에서 수입해 오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이는 시장 논리에 충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저가 중국산 공세가 지속되면 결국 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제과업체 생산담당 임원은 "원가가 싼 중국산 제품들이 국산인 것처럼 계속 유통될 경우 다른 제과업체들도 모두 중국에서 과자를 생산해 들여올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업계 전문가는 "제과업체들이 이런 형편을 알면서도 살아 남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실정"이라며 "소비자들의 의식이 높아진 만큼 결국 이런 문제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 shower@fnnews.com 이성재기자
■사진설명=중국산인 오리온 '오 와우'(왼쪽). 해태제과의 '오예스'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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