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 글로벌 확산 ‘방어벽’ 약화
2006.12.06 17:32
수정 : 2014.11.04 15:26기사원문
원·달러 환율이 반등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무너지고 있다. 지난달 말 930원선이 붕괴된 지 불과 5일(거래일 기준) 만에 920원선마저 붕괴됐다. 추세적으로는 지난달 29일 이후 6일째 내림세다. 당국의 개입으로 힘겹게 버텼던 930원 방어선이 돌파된 이후 힘없이 주저앉는 모습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추락은 무엇보다 글러벌 달러화 약세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소량의 달러화 매물에도 장이 버텨주지 못할 정도로 허약해진 수급상황도 문제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외, 글로벌 달러화 약세
5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후 4시30분 현재 114.81엔을 기록하는 등 115엔선이 붕괴됐다. 지난달 중순까지만해도 118엔대가 유지됐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단기간에 약 2.7%쯤 급락한 것이다. 이같은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원·달러 환율에 직격탄을 날렸다.
글러벌 달러화 약세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경제 펀더멘털적 요인과 여기서 파생되는 국제금융시장 요인, 중국의 움직임 등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내년 미국 경제는 경착륙을 우려할 정도로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미 백악관의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는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6%에서 3.1%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하고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도 3.3%에서 2.9%로 0.4%포인트 낮췄다. 한국은행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내년 GDP 성장률을 2.6%로 예상했다. 올해 추정치인 3.3%와 비교해 성장률이 0.7%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은 곧바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의 악몽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 또 경제 악화시 달러화 가치 하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는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금리차가 문제다. 경기 부진을 고려할 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추세는 사실상 마감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내년에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반면 지난해 12월부터 다섯 차례나 금리를 인상한 유럽중앙은행(ECB)은 7일(현지시간)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일본 중앙은행도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고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순유입됐던 대규모 국제투자자금이 이젠 순유출로 전환되면서 달러화를 팔아치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밖에 외환보유고가 1조달러대로 올라선 중국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대미 수출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는 중국은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위안화 절상 압력을 꾸준히 받아왔다. 최근에는 위안화가 절상되면서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막대한 무역흑자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러한 위안화 절상압력이 지속될 것이며 이는 원·달러 환율에도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중국의 외환 다변화 움직임도 달러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
■국내, 불안정한 수급
글로벌 달러화 약세와 함께 국내에서는 일시에 한방향으로 쏠리는 불안한 심리가 환율시장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환율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수출업체들은 파생상품시장 등을 이용해 미리 달러화를 팔 정도로 매도세가 강해진 반면 달러 수요업체들은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거나 매수시기를 늦추고 있다며 일시에 쏠리는 심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연말을 앞두고 있어 소량의 매물만 나와도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930원선 붕괴 이후 외환당국이 설정하고 있는 저지선이 후퇴했을 수 있다는 심리까지 확산돼 원·달러 환율이 쉽게 920원선 밑으로 밀렸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이광주 국제국장은 6일 시장의 과도한 쏠림현상을 지적하고 “만일 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확인된다면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원칙에 맞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