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발코니 불법확장 ‘몸살’
2007.03.04 15:49
수정 : 2014.11.13 15:33기사원문
이달 말 경기도 남양주시 A아파트 입주 예정인 K씨는 며칠 전 발코니 확장 업체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시청으로부터 ‘발코니확장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와 아파트 관리소가 공사 작업자들의 아파트 출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아파트관리소로 찾아간 K씨는 “발코니 확장을 하려면 ‘행위허가’ 및 ‘설계변경 신고’ 등 정식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말만 들었다.
K씨는 “요즘 웬만한 입주 아파트들이 모두 발코니 확장을 하는데 우리만 단속하냐”면서 “하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단속하던지 울화통이 터진다”면서 답답해 했다.
오는 4월 초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내 B아파트 입주를 준비 중인 P씨도 최근 혼란스럽다. 입주자 사전 점검 때 아무 생각 없이 ‘구경하는 집’을 들렀다가 발코니 확장을 결정하고 계약을 했는데 진행하고 있는 공사가 불법이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다들 하는 것이니까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나중에 혹시 잘못돼 ‘원상복구 명령’이 떨어질까 불안해하고 있다.
수도권 신규 입주 아파트단지들이 발코니 확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입주가 한창인 남양주 덕소, 화성 동탄신도시 등 아파트 단지에서는 발코니 확장을 위한 작업차량과 소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인근 부동산과 관련 업계는 입주 가구의 절반 이상은 발코니 확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공사가 대부분 불법이라는 점이 문제다. 준공 후 진행하는 발코니 확장의 경우 입주자 3분의 2 이상 동의서와 설계 변경 도면 등 안전성을 인정할 수 있는 서류 등을 해당 지자체에 제출해 통과해야 한다. 이런 절차 없이 진행하는 모든 발코니 확장은 사실상 불법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최근 준공과 입주 사이의 기간에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발코니 확장을 하는 곳이 많은데 모두 불법”이라고 못박았다.
■불법이지만 단속도 거의 못해
하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양주시 주택과 관계자는 “신규 입주 아파트들 사이에 발코니 확장이 횡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한 건도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 진행하는 사례는 없다”면서 “불법 발코니 확장이 많다는 것은 알지만 아직 정식으로 단속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화성시 관계자도 “인력 사정 등으로 신규 입주 아파트를 모두 단속하긴 어렵다”면서 “대부분 입주 예정자들이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됐다는 것만 알지 적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을 몰라 불법 발코니 확장이 많다”고 설명했다.
■구경하는 집, 무조건 “확장하라” 권유
특히 대부분 아파트 단지에서는 ‘발코니 확장형’ 견본주택인 ‘구경하는 집’이 곳곳에 문을 열고 아무렇지도 않게 불법 발코니 확장을 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에서는 건설사와 공동으로 불법 발코니 확장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덕소지역 한 신규 아파트단지 ‘구경하는 집’ 관계자는 “아파트 시행사와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고 발코니 확장을 해주고 있다”면서 “비용이 조금 비싸지만 사후관리도 확실히 해주는 만큼 믿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아파트 단지 ‘구경하는 집’ 관계자도 “발코니 확장이 법적으로 허용됐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입주자들의 80%가 발코니 확장을 했는데 안 하면 집값에도 나쁜 영향이 온다”면서 입주자를 자극했다.
이렇듯 거의 ‘공식적’으로 불법 발코니 확장을 조장하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단속해야할 담당 직원이 한명밖에 없다”면서 “민원이 들어오는 단지에 가면 ‘구경하는 집’도 함께 영업을 자제하도록 단속하지만 암암리에 진행되는 사업을 제대로 단속하긴 힘들다”고 털어놨다.
■피해는 ‘소비자 몫’, 적법절차 밟아야
너도나도 불법 발코니 확장을 아무렇게나 하고 있지만 잘못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하려면 조금 번거롭더라도 제대로 절차를 밟아서 진행해야 나중에 혹시 발생할 문제를 미리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월 대전시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200여개 가구가 ‘발코니 불법 확장건’으로 적발돼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적발된 아파트 주민들은 다른 아파트들도 다 신고 없이 발코니 확장을 하는데 우리만 적발했다고 형평성을 놓고 항의하지만 행정 집행에 대한 구청의 의지는 강력하다.
대전시 동구청 관계자는 “원상복구 명령 이행기간인 3월 말까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이행 강제금을 물게된다”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사진설명=요즘 신규 입주하는 아파트단지마다 불법 발코니 확장공사가 무더기로 진행 중이다. '구경하는 집'이란 표시를 단 인테리어 업체들이 이들 불법공사를 부추기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에 '구경하는 집'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