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 이기려면 아침밥은 꼭 먹자
2007.03.05 16:22
수정 : 2014.11.13 15:28기사원문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꾸 졸리고 입맛이 떨어지는가 하면 정신집중이 되지 않고 이유 없이 피곤해서 매사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커피를 하루에 몇 잔씩 마셔도 졸음이 쏟아진다. 특히 점심식사를 마친 오후 시간에 심각하다. 이처럼 봄철을 맞아 몸이 노곤한 상태를 흔히 춘곤증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계절성 피로감’이다.
춘곤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는 등의 급격한 계절적 변화에 생체 리듬이 즉각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봄에 왜 피곤한가
봄이 되면 겨울보다 활동량이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고 그 중에서도 비타민 소모량은 겨울보다 3∼10배 증가한다.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생기는 영양상의 불균형이 춘곤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거르거나 인스턴트 식품으로 대신할 경우, 비타민 C나 대뇌중추를 자극하는 티아민(비타민B1) 등이 결핍돼 춘곤증이 더욱 악화된다.
또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피부온도가 오르고 겨우내 긴장됐던 근육이 이완되는가 하면 일부 호르몬 분비 패턴이 바뀌기도 한다. 겨우내 줄어들어 있던 모세혈관이 다시 확장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에너지 공급과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면 그만큼 피로가 쌓이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점심식사를 끝내고 나면 소화기관으로 혈액이 몰려 뇌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게 되고 따라서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도 줄어들게 되면서 더 졸음이 오게 된다. 또한 봄에는 개인의 신상변화가 많은 시기이기에 이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축적이 춘곤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다른 질환 의심도
춘곤증은 3, 4월쯤에 나타났다 1∼3주 내에 사라지는 일시적이고 자연스런 생리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휴식에도 불구하고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잠복해 있던 다른 질환의 한 증상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피로감과 함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으로는 빈혈, 간염, 결핵,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갑상선 질환 등의 기질적 이상이나 불안, 우울증 등 정신적 원인에 의한 피로 등이 있다.
신체적으로 큰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졸음이 장기간 지속될 때는 수면장애나 만성피로증후군일 수도 있다. 또 피로감이 오후에 심하면 간질환을 의심할 수 있으며 식욕이 좋아 많이 먹는데도 늘 피곤한 데다 좀처럼 살이 찌지 않고 밤에 소변을 자주 본다면 당뇨병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소변, 혈액 검사와 X선, 복부초음파 촬영 등을 통해 피로의 원인 질환을 밝혀내야 더 큰 병을 막을 수 있다.
■춘곤증 이기는 법
춘곤증을 빨리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선 겨울 동안 경직되어 있던 근육을 풀어주기 위한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맨손 체조를 하고 직장 내에서도 2∼3시간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점심 식사 후에는 햇볕을 쬐면서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겨울철에 운동을 쉬었다면 걷기, 등산, 가볍게 달리기 등의 운동으로 서서히 그 강도를 올려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평소 무리하지 않는 수면 습관을 갖고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숙면을 위해서는 흡연, 음주, 낮잠, 카페인 음료, 취침 전 운동 등 숙면 방해요인들을 피해야 한다.
만약 낮 시간에 참을 수 없이 졸음이 쏟아질 때는 오후 2시 이전에서 20분 내 낮잠을 자야 한다. 낮잠을 많이 자거나 오후 2시 이후에 낮잠을 자면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다음날 더 피곤해지는 악순환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을 거르면 점심을 많이 먹게 돼 식곤증까지 겹쳐 춘곤증은 더 심해진다. 아침은 생선, 두부, 채소 등 단백질과 비타민이 포함된 것이 좋고 점심은 가능한 한 과식을 하지 않아야 한다. 저녁은 쌀밥보다는 비타민 B가 풍부한 현미나 보리·콩·팥을 넣은 잡곡밥과 비타민 C가 풍부하고 입맛을 돋우는 데 좋은 냉이, 달래 등의 봄나물과 봄철 채소 등으로 식단으로 꾸미는 것이 좋다.
■봄식단으로 졸음 쫓자
한의학에서는 춘곤증이 생기는 원인을 소생과 활력과 충동의 계절인 봄을 맞이하고도 간장 기능이 이에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간장 기능을 강화하는 신맛이 나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신체의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도 봄철이면 화면, 초란, 탕평채 같은 신 음식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화면이란 오미자를 빨갛게 우려낸 물에 녹두 국수를 말아 먹는 음식이고 초란은 반숙한 달걀에 식초를 넣어 만든 것이고 탕평채란 돼지고기와 미나리를 무쳐 초장에 버무려 먹는 음식이다.
또 승검초(당귀)나 움파(총아)를 먹는 것도 괜찮다. 승검초는 장아찌처럼 절여 먹으면 봄 입맛을 돋우고 비타민 B12가 풍부해 빈혈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노르스름하고 단맛이 나는 파인 총아는 1∼2월에 움 속에서 키운 대파의 싹을 말한다. 겨우내 쌓였던 피로와 독소를 제거해 주고 인체기능을 충동시켜 활력을 주는 봄철 음식이다.
냉이도 간 기능을 강화시키므로 봄 타는 증상을 예방한다. 콜린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간장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 주어 지방간의 예방과 치료에도 효과가 있고 눈을 밝게 해 주는 작용을 한다. 냉이된장국도 좋고 냉이를 제철에 많이 사다가 잘 다듬은 후 말려서 보관했다가 피로할 때마다 차처럼 끓여 마셔도 좋다. 봄내가 물씬 나는 쑥도 식욕을 증진시키고 소화를 촉진하면서 겨우내 얼어붙었던 몸을 따뜻하게 녹이는 역할을 한다.
<도움말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신호철 교수,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환 교수, 광동한방병원 문병하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피로 예방을 위한 10계명
1. 1주일에 3회 이상, 적어도 30분 이상씩 유산소 운동을 한다.
2.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3. 알코올 섭취를 피한다.
4. 카페인 섭취를 적게 한다.
5. 적절한 체중을 유지한다.
6. 6∼8시간의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7.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잡힌 식사를 한다.
8. 업무량의 조절과 효율적인 시간 계획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9. 긍정적인 스트레스 대처 방법을 배워 둔다.
10. 피로회복제 등 습관성 약물의 사용을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