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의 환경영향 검토/강상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지속발전연구실장
2007.04.02 20:51
수정 : 2014.11.13 13:48기사원문
국제통상에서의 환경 쟁점은 자유무역의 확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국가 간 환경규범의 차이가 무역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은 국내 산업구조와 생산수준의 변화를 가져와 생산 및 소비활동에 연계된 환경오염 배출에 영향을 준다.
뿐만 아니라 합의된 무역자유화 규범들을 국내법으로 수용하게 되는 등 당사국내 기존 환경규범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각국의 환경규범이 가진 다양성은 자유무역 규범과 긴장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미 FTA는 무역과 환경 문제를 협상의제로 논의했으며, 최종 협정문에 환경보전을 위한 조항들을 담고 있다.
무역자유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 환경친화성을 가진 외국산 제품과 기술의 국내 유입, 자유무역에 따르는 국내 생산과 소득 증가에 따른 환경 영향, 업종별 환경오염 유발성향이 상이한 국내 산업구조 변화, 그리고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합의된 무역규범이 국내 환경규제 기준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돼 있다.
자유무역협정의 환경파급 효과에 대한 검토는 이상의 환경영향 각각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정성 혹은 정량적인 분석방법론을 채용해 미리 예측하거나 사후에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전검토 작업의 하나로 GTAP 연산일반균형모형과 산업생산 대비 매체별 오염배출 계수를 활용한 정태 모의분석 결과에 따르면, 상품부문의 완전한 무역자유화를 가정한 경우 국내 총생산(GDP)는 0.36% 증가한다. 매체별 오염배출에서는 대기 및 폐기물 부문의 오염배출 총량은 각각 0.35%와 0.08% 감소하는 반면, 수질오염 부하량은 농수축산 부문의 배출저감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 약 1.0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전체의 산출수준 증가에도 전체적인 오염배출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은 산업별 오염 집약도가 상이할 뿐 아니라, 산업별 오염배출 증가 및 저감효과가 서로 상쇄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정태적, 매체별 오염유발 효과는 한·미 FTA의 장기적인 거시경제 성장효과를 고려하거나, 사용된 경제분석 모형의 기본 가정을 달리할 경우 변할 수 있다.
계량이 가능한 환경오염 유발효과 외에도 한·미 FTA는 국내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외래종 또는 유해화학 물질의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인 국내 유입과 생태계 방출 가능성을 높여 생태계 안정성과 인간 건강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더욱 더 환경친화적인 생산기술의 이전과 정착, 당사국 간 환경규제 수준의 상향조화 등이 일어날 경우 더 높은 환경기준 준수를 위한 환경기술·제도의 발전이 촉진되고 환경보호를 위한 재원확충이 용이해지는 등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발전에 유용한 환경파급효과가 기대되기도 한다.
한·미 FTA의 환경파급 효과에 관한 사전검토 결과가 내포한 불확실성을 전제한 모의분석의 한계는 협정체결 이후 진행될 사후검토를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 양국은 협정 체결 후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통상 현안들을 당사국간 협의를 통해 다뤄 나가기로 합의했고,이를 위한 협력체계를 제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보전을 위한 기술, 인력 및 정보 교환의 체계 구축을 통해 사전 예측 및 사후 평가 결과들에 기초한 환경보전 노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양국간 고위급 정부관계자 등으로 구성될 환경협력위원회가 이러한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가운데, 일각에서 우려하는 한·미 FTA 관련 환경 쟁점들이 우국의 기우로 남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