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얻는 美 전쟁세 거부운동/유인례 샌프란시스코 특파원

      2007.07.26 17:29   수정 : 2014.11.05 08:23기사원문
미국은 지금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전쟁세 불납운동이 활발하다.

현재 미국 조세수입의 40%는 국방비, 9%는 과거에 미국이 치렀던 전쟁으로 인한 국채 상환에 그리고 3%는 상이 및 퇴역군인의 복지에 사용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미 조세수입의 52%가 국방비 및 전쟁관련 비용으로 소요된다는 말이 된다. 교육이나 의료 등 미국 사회 복지의 수준이 갈수록 열악해져 간다는 미국인들의 불평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이 같은 세금 운용 방식에 반대, 전쟁비용으로 소요되는 부분이나 더 나아가 세금전액 지불 보류 및 거부운동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전쟁세 불납운동은 전쟁세 징수와 그 역사를 같이 한다.

1937년 미 식민지 시대에 처음 등장한 전쟁세 불납운동은 전쟁의 폭력성과 전쟁에 따르는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미 퀘이커 교도들의 종교적 신념에서 시작되었지만 이 때만 해도 전쟁과 더불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시적인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과 더불어 전쟁세 불납운동 역시 상설 단체로 발전하게 된다. 퀘이커 교도들과 더불어 이 시기의 전쟁세 불납운동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은 헨리 데이빗 소로다.

베트남전이 시작되면서 미국 프로테스탄트 포크송의 여왕인 존 바에즈가 전쟁반대 내지는 전쟁세 불납운동을 대중화시킨다.

1960년대 중반 들어 이러한 바에즈를 중심으로 하여 미국의 세계적 석학인 노엄 촘스키와 노벨상 수상자인 헝가리 출신 미 생화학자 센트 되르디 등이 합세한 위원회가 설립되어 미 전쟁세 불납운동은 점차 정치·사회적으로 힘이 실리게 된다.

그러나 1980년 레이건 정부가 출범한 뒤 미 정부는 군비확장을 시도한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을 전쟁세 불납운동으로 초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비에트 체제의 붕괴와 더불어 냉전시대가 막을 내림에 따라서 냉전체제에 소요되던 엄청난 국방비의 지출이 삭감되고 이와 더불어 국방세 부담액이 줄어들 것이라는 많은 미국인들의 예상을 뒤엎고 조지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쟁을 시작, 이 같은 미국인들의 꿈은 여지없이 깨졌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 미 대통령인 조지 W 부시는 2001년 9·11을 계기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고 텔레반 정권 해체를 위해 대대적인 군대 투입에 나섰다. 2003년 미국이 드디어 이라크를 침공하여 전쟁이 시작되고 현재 이라크에는 16만명의 군인과 18만명의 민간 건설업자들이 나가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 전쟁 이외에도 미국인들의 교육과 복지에 쓰여져야 할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세계 곳곳에 주둔해 있는 미군기지들이다. 약 714개의 미군 기지가 오늘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 파견되어 있고 이 같은 현실은 국방세 삭감을 바라던 대다수의 미국인들의 꿈을 요원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일반 미국인들 사이에서 전쟁 반대를 위한 전쟁세 불납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동안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 DC에서는 또 다른 차원의 세금 불납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월 스트리트의 최고 인텔리 그룹인 로비스트들은 전문 법률 지식으로 무장, 조세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고객인 억만장자들의 세금 납부액을 절반에서 전액까지도 삭감하도록 하는 마술에 가까운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서민들의 아들 딸들이 목숨을 내놓고 이라크에서 죽어가고 있는 동안 정작 이 전쟁의 수혜자인 워싱턴의 갑부들은 세금 납부를 회피하기 위해 로비전쟁을 벌이는 것도 수치스런 일이지만 이에 야합하는 월 스트리트의 엘리트 집단도 불명예스럽기는 마찬가지다.

/yirene77@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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