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아래로 모든 이슈가 터져나오는 미술시장

      2008.01.07 17:34   수정 : 2014.11.07 16:01기사원문
“그런데 누구일까. 얼마나 속이 탈까.”

무자년 새해벽두 미술시장을 강타한 ‘45억 박수근 빨래터 짝퉁’ 의혹과 관련 진위문제보다 그림 소유자가 누구인지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 특별한 호기심은 45억원에 낙찰받을 당시부터 구매자가 누구일까에 초점이 모아지기도 했었다. 당시에도 미술시장에서는 “서울옥션 관계자다, 아니다”등 설왕설래가 이어졌었다.

하지만 위작의혹으로 재감정까지 이르자 다시 ‘누가 샀는가’가 다시 화제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물도 새지않는 지퍼락용기처럼 낙찰자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서울옥션측은 물론, 재감정을 하고 있는 감정위원들까지 입을 봉하고 있는 상태다.


혹여 45억원주고 산 그림이 휴지조각이 될 마당에 욱하는 심정으로 '내가 주인이요'하고 나오지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산사람이다. 서울사람이다로 좁혀지긴 했지만 그림주인은 현재 투명인간이다.

낙찰받은 사람 노출이 안되는 것과 관련 미술동네 사람들은 세금문제와 개인적인 이유를 꼽고 있다. 비싼 그림 산것이 자랑이 아니라는 것. 지난해 ‘행복한 눈물’같은 경우에도 겉보기에는 가장 부각된 것이 구입과정에서의 비자금이 개인돈으로 유용한 것이 문제였지만 ‘있는자들의 사치품’이라는 일반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더욱 강렬했다. 세금문제보다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가장 큰 부담일 것이라는 이유가 설득력 있다.

어찌됐건 애간장이 녹고 있을 그림주인이 누구인지 까칠한 호기심을 자꾸만 자극한다.

그런데 억억소리를 내며 잘나가던 미술시장이 왜 자꾸만 브레이크가 걸릴까.

10여전부터 미술시장에 관심을 보였던 첫 경제학자이자 ‘그림과 그림값’을 펴낸 저자 김재준 국민대 교수는 “이 모든 문제는 경매가 활발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햇볕아래로 모든 이슈가 터져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과거 경매가 없었을때는 밀실거래·이중가격제등 몇몇사람이 눈감고 지나가면 그만일 정도로 폐쇄적인 구조였는데 최근 몇년간 미술시장이 오픈되면서 벌어지는 자연스런 일이라는 것. 그는 “미술시장이 규모가 작았다가 커지고 있어서 벌어지는 과도기적 현상이고 좋은 일은 아니지만 한번은 지나가야 할, 시스템이 선진화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열린 미술품감정연구소 감정위원들의 안목감정은 ‘빨래터’ 액자까지 뜯어 샅샅이 감정을 했다고 한다.
이후 진위를 공개하지 않고 다시 시도하는 9일경 열리는 재재감정에는 이중섭위작을 밝혀낸 과학감정 최명윤 명지대교수를 필두로 화가 평론가등 20여명이 참가한다고 한다.CSI 수사드라마로 과학수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많은 만큼 일단 ‘과학 감정’이라는 면에서 기대해볼만 하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는 화랑동업자들이 포함된 감정위원은 못믿겠다는 입장. 재재감정까지 실시하는 박수근 그림이 가져오는 파장은 진위 문제를 가르는 감정 시스템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가내수공업, 주먹구구식으로 미술시장을 운영해온 댓가가 아닐까.

/hyun@fnnews.com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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